행정간소화의 기본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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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행정의 유기적인 연관성과 유통과정의 합리화를 통해서 행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전국 각 행정기관의 행정 종심 진단을 실시하고 공문서 규정을 대폭 개정하여 공문서관리「센터」를 설치하는 등 일연의 개혁안을 세웠다한다. 행정사무간소화는 역대정부의 과제로서 그 해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성공리에 해결 짓지 못했었다.
따라서 우리는 현정부가 행정 종심 진단을 실시하고 거기서 어떤 결론을 얻어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세울 것인지를 주시하면서 행정간소화가 과거처럼 한낱 구두선으로 타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보는 바 간소화의 기본방향을 여기 제시키로 한다.
행정간소화를 획기적으로 단행하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고도한 중앙집권주의적인 행정방식을 지양하고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권한과 다루는 사무량을 대폭 지방관청에 이양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주로 기획·지도·관리의 행정을 맡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대민행정·창구행정은 일선행정관청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현대국가에 있어서 확립된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원칙이 준수돼 있지 않고 중앙정부가 기획·지도·관리의 행정임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창구사무에는 비상한 흥미를 느껴 이를 되도록 자기 수중에 보관코자하는 폐단을 보이고 있다. 이 까닭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은 비대를 극하고 국민은 대정부 사무에 있어서 사소한 것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일일이 중앙관청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또 이런 폐풍으로 인해 중앙정부와 일선행정관청의 사무관장의 한계가 심히 모호하게 되어있으므로 양자간에 권한다툼이나 책임전가가 생겨나고 신속한 결재를 요하는 서류가 그 틈에 끼여 오랫동안 햇발을 보지 못해 행정의 말할 수 없는 정체가 조성된다. 이런 폐단을 일신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기획·지도·관리의 행정사무만을 다루고 일절 창구사무는 다루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집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 우리정부의 행정사무를 복잡·다기하게 만들고 사무 삽체를 이루는 기본요인의 하나는 단계식 결재방식에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각별히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정부가 다루는 대다수의 서류는 중요한 것, 중요치 아니한 것을 막론하고 기안서에서부터 계장 과장 국장 차관 장관까지 수 개의 결재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설에 따라서는 해당관청의 기안서 수보다 도장찍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기이한 현상도 생겨나는 것이요, 또 보통이 복잡한 결재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결재가 나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몇 주 내지 몇 개월이 걸리게 된다. 변화가 눈부시니 세계에서 신속하고 능률적인 행정사무집행이 현대행정국가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이런 행정방식에 의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야말로 실로 국가적인 손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단계식 결재방식의 개선과 대폭적인 전결사항의 확대야말로 행정을 간소화하여 현대국가의 기본적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된다 아니할 수 없다. 행정서류 중 그 중요성의 경중을 따져 어떤 것은 계장결재나 과장결재로, 또 어떤 것은 국장결재나 차관결재로 끝나게 하고 그중 중요한 것만을 장관결재 혹은 대통령결재를 받게 한다든지 혹은 기안서가 최종결재권자의 결재를 받도록 까지 일절 중간결재과정을 생략한다든지 대담한 결재간소화 방안이 입안 실천되어야 하겠다. 그리고 이처럼 결재과정을 간소화해서 행정의 신속 능률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외부 특히 국회의원으로부터의 청탁압력이 엄중 배제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여기에 관해서도 각별한 입법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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