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경기남부 하나로 묶는 매개체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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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26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구본능 KBO 총재를 만났다. 10구단 유치를 위한 시민 30만명의 지지서명부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염 시장은 “10구단은 1200만 경기도민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염시장의 말처럼 10구단 유치를 위해 경기도와 모든 시·군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경기도내 31개 기초단체 의장단 모임인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수원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도내 30개 시장·군수(성남시 제외)들이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와 성공적 안착을 위한 지지서명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2011년 7월에는 평택, 화성, 의왕, 안성, 오산시가 포함된 시장협의회가 지지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열기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가 수원만의 문제가 아닌 명실상부 경기도 전체의 현안임을 보여준다. 또 ‘수원 vs 전북’이 아닌 ‘경기도 vs 전북’의 유치 경쟁임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3일에는 김문수 도지사와 염 시장, 고희선 새누리 경기도당위원장, 백재현 민주통합당 경기도당위원장 등 경기지역 국회의원 10명이 10구단의 수원시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경기도의회도 윤화섭 의장과 김주삼 민주당 대표, 이승철 새누리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10구단 수원 유치를 KBO에 요청했다. 여야와 지역을 초월한 정치권의 결속은 10구단 유치 경쟁이 경기도 민심을 하나로 묶고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수원시 관계자는 “10구단이 수원뿐만 아니라 경기남부지역 570만 명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10구단의 수원 유치는 수원·화성·오산의 행정구역 통합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개 시 통합은 지난해 6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통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여전히 3개 시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통합의 기초를 다지는 중이다. 수원시는 10구단이 세 도시의 정서적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도시가 한 뿌리에서 태어난 만큼 문화적, 정서적 공감대가 넓기 때문에 ‘야구’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야구를 통해 정서적 동질성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향후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경기남부지역의 화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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