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속보]지니텍 낭보 비결은 '특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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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지키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죠. 이번 ASM과의 계약에서도 제대로 된 '특허' 하나가 든든한 '보호막'역할은 물론 '계약중개자' 역할까지 수행해줬습니다."

직원 30명의 꼬마 벤처 지니텍(대표 이경수, http://www.genitech.co.kr)이 세계 톱 클라스의 반도체 관련 거대 다국적기업 ASM(http://www.asm.com)에 거액의 기술을 수출한 낭보의 뒤에는 '특허'라는 든든한 '보호막' 겸 '계약 중개자'가 있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9월 국내 특허등록까지 마친 지니텍은 규모면에서 영세한 벤처기업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 다른 여러 회사들과 접촉을 시도했었다. 국내회사 역시 포함 됐었다.

그러던 중 차기 사업분야에 대한 특허를 모니터링해 오던 ASM社가 지니텍이 출원한 특허를 보고 먼저 찾아왔다. 만남은 지난 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01에서다.

지니텍은 때마침 제품 발표와 함께 국내 특허를 진행하며 특허청의 PCT제도를 활용, 미국·일본·유럽에의 특허 출원까지 마쳐놓았을 때다.

이처럼 '계약중개자' 역할을 마친 특허는 계약이 진행되면서 지니텍이 보유기술에 대한 '보호막'을 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소규모의 벤처기업이 가진 우수기술은 자칫 대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 도중 카피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니텍의 '특허'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필특허법률사무소의 권순국 박사는 "지니텍의 경우 비싼 비용을 들여 '특허출원'을 마쳤다"며 "초기에 제대로 만들어진 특허는 소송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에 그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IBM, 삼성 등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권 박사는 "대기업도 외국과의 기술계약에서 '사기'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하물며 벤처가 '특허'라도 제대로 받아놓지 못하면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니텍은 이번 기술의 특허를 출원할 때 고액의 비용(외국특허 1건당 : 2천만원, 국내특허 : 1건당 : 2-3백만원)을 들이면서 제대로 된 '특허'를 만들어내 ASM과의 협상에서 자신만만하게 나갈 수 있었다.

지난 1월말 처음 ASM관계자를 만나 거의 매달 미팅을 가지면서도 정작 샘플은 한 차례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나머지는 사진을 첨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일관했다.

물론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아직 해외 특허등록도 되지 않고 출원만 해놓은 기술을 가지고 이처럼 당당히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특허출원의 시간적 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원용 지니텍 연구소장은 "지니텍이 등록했거나 출원 중인 특허는 이번 ASM과의 계약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계약에서도 기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다"라며 "몇 푼 아끼겠다고 어설픈 '특허'를 만드는 일은 기술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수 사장은 "연구원 생활이 몸에 배어 '특허'받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기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기술벤처에 있어 자산은 '특허'뿐이며 제대로 된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좋은 전문가를 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니텍은 이번 ASM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2건의 기술에 대해 국내특허 4건을 등록하고 8건이 출원 중이며 국제 특허는 10건이 현재 출원 중으로 이 가운데 1건은 등록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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