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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항도 실격-부산(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항구 없는 부산은 없고 해수욕장 없는 해운대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부산시는 관광지를 망쳐버릴 계획을 꾸미면서도 항구 또한 살리는 것에도 신경을 쓰지 못하고있다.
「제1신 부산」10만 주택단지계획은 수영비행장과는 불과 1백50「미터」의 위험지구, 항공사고에 무방비일 뿐 아니라 「프로펠러」의 소음에도 견딜 수 없는 가까운 거리다. 김현옥 전 시장은 『비행장을 딴 곳으로 옮기고 이곳에 중공업단지를 조성, 제2의 「루르」를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부산 서 동래와 해운대로 가는 길목, 주택과 관광지의 3각 지대 중심부에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중공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슨 자본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이… 그곳에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은 어디로 가며 폐수는 어떻게 처리될까.
수영강으로 뺄 계획입니다. 수영강은 어디로 갑니까. 바다로 들어갑니다.
인근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요. 이곳 바다의 조류는 어떻습니까.
아차, 미처 그것은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김 전 시장과의 대화였다.
벌써 뿌옇게 더러워진 수영강물은 파도에 밀려 해운대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기에 또 수영강하구 오른편에 있는 돌산을 깎아 그 맞은편에 있는 「동백섬」사이의 바다 1백70만 평을 메워 역시 공장을 새운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때 이곳 일대의 폐수는 곧장 해운대나 광안리로 흘러 해수욕장을 망쳐버릴 것은 너무나 뻔한 일.
대연리 앞 바다의 수산대학은 인근 제철공장에서 나온 폐수와 매립공사로 수족관 후보지와 보습장을 잃어 말썽이 되었다고 이 곳의 한 관계 관은 귀띔한다. 국토계획학회장 주원씨가 중심이 된 부산시 도시계획지역 제 결정 기본조사단도 수영강변은 해수의 오염지구라고 보고, 공업단지로는 부적당하다고 알려졌다. 동래온천 앞 동래천 변 1백98만평의 원예중심지를 수출공업단지로 만들겠다는 「제2 신 부산」계획도 다를 바가 없다. 이곳의 현존 공장에서 나온 검은 연기는 이미 온천장 상공에 이르고있다.
김 전 시장은 감천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그을음을 막아달라는 시민들의 고소사건에 피고로서 법정에 섰었다. 그때 그는 『시장이기 전에 부산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빨리 그 그을음이 안 날아오도록 되어야 한다』는 명 진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그와 같은 전철을 「부산」은 밟으려 하고있다. 「감천」의 그을음은 높이 8백「미터」의 천마산을 넘어 4「킬로」나 떨어진 시가지에 하루 44「톤」-10「트럭」분을 쏟아놨다. 새로 예정된 수백만 평 대공업단지에서 나올 연기와 재가 마주 붙은 동래와 해운대 주택단지를 덮어버리지 않는다고 부산시 건설실무자들도 보장할 수는 없다.
무계획한 즉흥적인 계획의 폐단은 그밖에도 많다. 시가의 한가운데를 흙으로 덮어 부산을 남과 북으로 잘라놓은 좌천동 「오버·브리지」(고가도로)가 참다운 「도시재개발」이 될 수 없고 무작정한 주택건조로 유흥가가 되어버린 송도유원지가 건전한 도시발전이 될 수 는 없다. 결국 『파괴는 건설의 어머니』라는 말을 그대로 본 뜰 것인가?
항구를 확장하라, 해수의 오염을 방지할 시설을 마련하라, 공업단지는 낙동강 변으로 가져가라, 위성도시를 개발하여 인구집중을 방지하라, 울산-마산-진해공업 지를 잇는 대동맥 전철을 가설하라…항도부산에 대한 주문들이다.
이제 부산의 타수 김현옥 시장은 떠났다. 그의 이상과 박력은 좋았는데 실무진이 그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는 많은 숙제를 남기고 갔다.
신임 김대만 시장은 이 거창한 청사진을 어떻게 처리할까. 10만호 주택과 제2의 「루르」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무슨 수로 끌어댈까. 짊어진 8억9천만원의 부채와 하루 70만원의 이자를 어떻게 갚아낼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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