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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14점 모인 선암사 52억 들여 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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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7년까지 52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복원·정비가 이뤄지는 전남 순천 선암사 전경. 작은 사진은 선암사 돌다리인 승선교(昇仙橋·보물 제400호) 모습이다. [사진 순천시]

백제시대에 세워진 ‘천년고찰’ 전남 순천 선암사가 2017년까지 대대적으로 복원·정비된다.

 문화재청은 태고종 유일의 총림(叢林)인 선암사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총림이란 승려들의 참선수행 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이다.

 순천시와 협의해 추진하는 정비사업은 총 52억원을 들여 선암사의 사찰 건물 및 문화재 복원·정비에 초점을 맞춘다. 대웅전(大雄殿·보물 제1311호)이나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 등 문화재의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게 핵심 목표다. 유지·관리가 어려운 문화재들은 보행 공간을 따로 확보하는 방법 등을 통해 방문객이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도 고찰의 풍모를 가장 잘 간직한 선암사를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서다.

 또 선암사의 빼어난 역사·문화경관을 보다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탐방로를 새로 내거나 보수하고 동선체계도 대폭 변경한다. 사찰의 본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도로 확장이나 포장은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기존 보행로 역시 주변 배수시설 등을 보강하는 수준에서 공사를 할 계획이다. 사찰 밖에는 템플스테이 전용관과 성보박물관(聖寶博物館), 편의시설 등을 새로 짓는다. 1500여 년 동안 스님들이 수행해온 종합수도도량이 역사·문화탐방의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다.

 선암사는 백제 성왕 5년인 527년 아도화상(阿道和尙)이 ‘비로암(毘盧庵)’을 창건하면서 시작됐다. 고려시대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에 의해 중창돼 현재는 사적 제507호로 지정돼 있다. 경내에는 대각국사의 부도(浮屠·사리를 안치한 탑)로 추정되는 ‘대각암 승탑(大覺庵 僧塔·보물 1117호)’을 비롯해 보물 14점이 있다. 사찰 고유 배치와 건축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다양한 중요문화재가 있어 역사적·학술적인 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선암사를 국내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기도 했다.

 남효대 문화재청 사무관은 “태고종의 총림인 선암사는 일반 사찰들과 달리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큰 훼손이나 변형이 되지 않았다”며 “도로 포장이나 사찰 내 템플스테이 등 일반 관람객들의 요청을 따르기보다는 선암사의 진정한 모습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선암사의 정비 작업에 거는 순천시의 기대도 크다. 사업이 완료되면 순천만·낙안읍성·송광사·고인돌공원 등과 함께 생태역사문화관광권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4월 개막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전환점으로 생태·역사체험의 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천년고찰의 매력을 간직한 선암사가 친환경적으로 정비되면 매년 전국에서 400여만 명이 찾는 우리 도시가 미래 세대들을 위한 체험학습의 장이 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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