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9년 만의 육성 신년사 “북남 대결상태 해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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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오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육성 신년사는 김일성 주석 생전 마지막 해인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이뤄졌다. 아래 사진은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제작한 ‘더 높이, 더 빨리 비약하자!’라는 제목의 선전화.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29)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조국 통일은 더 미룰 수 없는 민족 최대의 절박한 과제”라며 “통일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직접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남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은 북남 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신년사를 발표한 것은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하기 전 그해 1월 육성 신년사를 낸 이후 처음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동신문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로 대신했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이 ‘남조선 역적패당’ 등으로 거칠게 비방한 것과 차이가 난다. 유호열(고려대 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은 “김정은이 10·4 선언(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문건)의 무조건 실천보다 ‘존중과 이행’이란 표현으로 남북 간 절충의 여지를 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올해 온 민족이 단합해 거족적 통일애국 투쟁으로 조국 통일의 새 국면을 열자”고 한 대목을 두고는 북한의 남남 갈등 불붙이기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 분야에서 김정은은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을 일반화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자신이 내놓은 6·28 경제개선 조치의 시범실시 결과 확산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확고히 고수하라”는 말도 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담이 따르는 대외 개방보다는 개선조치로 내부 정비를 먼저하고 특구 중심의 제한적 개방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경제건설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민생’을 강조했다. “인민들에게 생활상 혜택이 더 차려지게 하라”며 식량생산 목표 달성과 경공업 원자재 확보, 식생활 개선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첫 연설 때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던 말이 공염불이 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우주 정복’이란 표현을 써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통치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통일부 정세분석국은 “국방공업에서 우리식 첨단 무장장비의 지속개발을 강조한 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통일연구원은 ‘2013년 북한 신년사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 신년사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2013년 신년사는 유화기조가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남 분야에서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명분으로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히면서 남북 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남북 공동선언 존중과 이행’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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