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친 2012 … 중앙일보 영상데스크가 뽑은 그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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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첫날에 중앙일보가 제기한 키워드는 ‘격변 한반도-우리 하기 달렸다’였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2012년 새해를 세계는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맞고 있다. 한반도와 한국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세계사의 틀과 성격이 통째로 바뀌는데 어찌 예외 지대가 있겠는가. 소련의 해체와 독일 통일로 냉전이 마감된 후 급격히 진전된 시장의 세계화는 오늘날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던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 혼란과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불황 국면이 세계화를 주도한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확산시켰다.”

 말 그대로 2012년은 격변의 한 해였다. 올해의 사진들 속에는 그 거센 몸부림의 흔적이 역력하다.

 2012년 세계 주요 국가의 지도자가 교체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가 중 미국·러시아·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고 푸틴은 ‘현대판 차르’라고 불리며 3선에 성공했다. 중국은 11월 제18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당 총서기가 되면서 4세대에서 5세대로 권력이 넘어갔다. 미국과 중국에서 같은 해에 권력이 교체된 것은 20년 만의 일이었다.

 2012년의 격변은 중동 지역도 강타했다. 중동 지역의 민주화는 아직도 미완의 혁명으로 남은 가운데 시리아에서는 계속된 내전으로 4만여 명이 숨지고 4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올 한 해 중동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의미에서 ‘세계사의 화약고’로 떠오른 것이다.

동북아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지난 9월 일본이 센카쿠열도의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중국과 일본의 영토갈등[1]은 한국과 일본의 독도 분쟁과 겹치면서 동북아 3국의 외교를 빙점(氷點) 이하로 끌어내렸다. 역설적으로 이 사태는 일본 내에서 가장 극우적인 아베 정권의 출범을 불러왔다.

만일 후세 역사가들이 유럽의 몰락이 시작된 해를 꼽는다면 아마도 2012년일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 세계제국을 건설했던 이탈리아, 한때 유럽의 맹주였던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4]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유럽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한반도라고 편한 건 아니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지난 4월 13일 ‘은하 3호’로 불리는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뒤 8개월 만인 12월 12일 기어코 장거리미사일 발사[5]를 감행해 성공시켰다.

 지난 1년 우리는 이러한 격변을 어떻게 헤쳐나왔을까. 어리석었을까, 아니면 슬기로웠던 것일까. 임진년 한 해가 발을 절뚝이며 지친 채 멀어져 가고 있다.

다가올 새해, 우리는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2]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드러난 한국의 저력과 전 세계를 휩쓸고 달려간 싸이[3]의 말춤처럼 우리에겐 깜짝 놀랄 잠재력이 있다. 내년이 그 잠재력이 터져나오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내년 12월 31일자에서 나는 과연 어떤 사진들을 골라놓고 독자들에게 지난 한 해를 설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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