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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외부의존 낮춰야…중기 창업 지원에 전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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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호 신임 충남경제진흥원장은 취임 후 두 달동안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조영회 기자]

고경호(44) 신임 충남경제진흥원장을 만났다. 대전일보 충남취재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대학졸업 후 대부분을 언론인으로 살았다. 지난 10월 충남경제진흥원장 취임 소식이 알려지자 화제가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행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역경제 분야에서 낯선 사람이 아니다. 취임 두 달을 넘긴 그의 소식이 궁금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자리를 옮긴지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어떤가.

  “진흥원의 당면한 현안들을 추려내고, 좀 더 진흥원에 걸 맞는 사업 내용과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들이었다. 기업인들의 고충과 애로도 귀담아 듣고 있다. 다양한 유관기관, 단체들을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협업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협업시스템은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는데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진흥원의 존재 이유를 잘 살피고 있다.”

-갑작스런 취임 소식에 관심이 쏠렸다.

  “2년여의 외도(지난 2003년 17대 총선 출마 차 언론사를 사직했던)를 제외하곤 평생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원장에 응모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자격시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지역경제 분야는 저에게 낯선 영역이 아니다. 언론에 몸담으면서 지난 십 수 년 간 도내 산업경제 영역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충남서북부권은 충남 전략산업중심의 기업들이 집적화된 곳이고, 지역 내 총생산(GRDP)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지역이다. 당연히 기자로서 관심이 가지 않겠나. 산업현장을 밀도 있게 취재했고, CEO 들과의 교류에 힘을 쏟았다. 단순한 만남, 관계를 넘어 지역경제를 함께 고민했다. 그분들과 함께 공동학습을 진행했고, 현재도 다양한 기업인들과의 모임에 참여하면서 교류와 학습을 함께 해오고 있다. 대학원 석·박사과정 때 지역경제, 지역개발을 전공한 것도 전문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저를 아주 잘 아는 분들이나 기업인들은 ‘진흥원도 당신에게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경제진훙원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다.

  “진흥원은 충남도의 중소기업지원사업을 총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크게 중소기업육성자금지원과 수출통상을 포함한 국내외 판로지원, 기업의 경영애로사항 해소, 창업지원 및 일자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도내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수단을 두루 갖추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충남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층남은 외부자본이나 기업유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 지역이다. 수도권과 인접한 북부권을 중심으로 산업집적화가 빠르게 진행됐는데, 제조업의 고도성장을 통해 지역경제가 양적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0년 충남의 지역 내 총생산은 76조3538억원이다. 충남 GRDP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2010년 34%에서 2010년 57.4%로 증가했다. 성장률이 연평균 9.4%로, 전국 평균 4.4%의 두 배쯤 된다. 외부자본, 기업유치를 통해 이룬 즉, 외생적 발전전략에 의한 경제발전 성과다. 외생적발전의 발전동기는 외부자본과 기업 유치이고, 그 방식은 수출중심의 선도산업 육성이다. 그런데, 이런 외생적 발전전략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지역 간 소득격차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충남GRDP의 70%가 북부권에 집중돼 있다. 부가가치의 역외유출도 심각하다. 또한 지역내총생산과 소득 간 연계가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역내 총생산 중 민간소비비중은 2000년 44.6%에서 2010년 24.2%로 반 토막 났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편에서 충남경제는 외부자본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고, 분배구조도 왜곡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외생적 발전전략으로 발생한 충남경제의 당면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지역경제선순환구조’가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외생적 발전이 잘못됐다는 건 결코 아니다. 원동력이었고, 현재도 매우 유효한 발전전략이다.”

-그렇다면 맞닥뜨린 문제는 뭔가.

  “외부자본과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자족성과 자립성,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사업체수, 종사자수 변화추이를 분석해보면 이 같은 현상이 짙어짐을 볼 수 있다. 천안·아산의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경제 영향을 직접 받는 삼성이 투자를 줄이거나 또는 공장라인의 일부를 옮겨갈 경우 삼성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집적화된 연관기업들은 정말 큰일 난다. 실제 요즘 삼성이 투자를 줄이면서 손을 놓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천안<2027>아산이라는 도시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적지 않다. 지리적 여건 등의 이유로 구인구직간의 미스매치도 정말 심각하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목마름을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크게 자금·판로·인력·각종 애로사항 지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요약해서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말하겠다. 완제품 소비재 기업의 경우는 판로지원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하다.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데, 홍보와 마케팅 등 판로개척역량을 스스로 갖추기에는 힘이 부친다. 부품소재장비 납품기업은 납품단가 현실화와 정상적인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된다. 경제민주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물론 이들 기업들 모두 필요에 따른 자금지원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내년도 역점사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경제진흥원의 모든 사업은 중소기업들이 절실히 원하는 사업들로만 설계돼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업이 역점사업이다. 굳이 말하자면, 국내 판로지원사업 확대, 특히 지역생산-소비 선순환구조 구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치하거나 개발해 창업과 취업지원사업에도 전념하겠다.”

-포부가 뭔가.

  “도민이 부여한 역할에 충실한 것이 제일 우선이다. 지역경제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가꾸면서 활성화하는 일에 온 힘을 쏟는 것이 포부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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