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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학습 주도권 줘야 자기주도학습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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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랑 대화가 안돼요.” “사춘기가 왔는지 부쩍 짜증이 늘었습니다.”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 지 모르겠어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 뜻을 잘 따르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예전의 방식으로 그들을 통제하려 한다.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멀어지는 이유다. 중학생 자녀 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앙일보 강남서초송파&이 대치동 교육 커뮤니티 디스쿨과 함께 강남 학부모의 자녀 코칭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다. 비상교육 행복한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이 전문가로 참여했다.

글=전민희 기자 , 사진=나혜수 기자

“자녀가 자신의 일을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박재원 소장이 중등 자녀 코칭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학생 ‘소통’ VS 남학생 ‘게임’

-김민정(41·서초구 반포동, 이하 김): 예비 중2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화가 안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박재원 소장(이하 박 소장): 부모의 통제가 아이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모든 걸 결정하려고 하면 안돼요. A학원에 다니고 싶은지, 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해 볼 건지 등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남 지역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의 의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의욕이 떨어집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데 좋은 성적이 나올 수가 없죠. 부모들은 아이를 다그치고, 아이는 반항심리가 생깁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죠. 한 가지 명심할 건 아이에게 학습 주도권을 주는 게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라는 겁니다.

-박현진(40·강남구 도곡동, 이하 박): 같은 학년 남학생입니다. 게임에 빠져드는 게 눈에 보여요. 스마트폰 대신에 태블릿PC를 사줬는데, 어떻게 통제하면 좋을까요.

-박 소장: 환경과 시대가 달라져 여러 가지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자녀가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을 파악해야 하죠. 단순한 여가 활동인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인지, 부모에 대한 반항인지 알아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통제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약속을 정해 쉬는 시간에 잠깐 하게 하거나, 가족여행처럼 건강한 여가 활동을 제공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경쟁을 즐기는 아이 VS 싫어하는 아이

-김: 어렸을 때부터 욕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달리기에서 져도 울고 그랬거든요. 지금까지는 부모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왔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지 걱정입니다.

-박 소장: 좀 더 넓은 눈으로 교육 정책과 아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쟁교육을 하고 있어요. 모든 학생이 경쟁교육에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쟁을 즐기는 아이인지 다른 사람과 겨루는 걸 싫어하는 아이인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시켜야 효과를 높일 수 있거든요. 자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일반고보다 전국단위모집 자율고나 특목고에 진학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주변의 우수한 아이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죠.

-박: 저희 아이는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경쟁을 싫어하고, 큰 욕심이 없습니다. 주어진 과제는 성실히 해결하는 편이라 지금까지는 성과가 잘 나왔습니다. 하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박 소장: 강력한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목표를 정한 뒤, 성취감을 맛보게 하면 학습 의욕도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다른 사람을 이겨서 얻는 성취감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선배를 옆에 두는 것입니다. ‘새로운 수학공식을 배웠더니 못 풀던 문제가 풀렸다’거나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면 그때부터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요. 중 2~3학년 때 동네 선배가 외고나 과고에 입학한 걸 보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 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진학 VS 진로

-박: 과학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격보다는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아이를 지도하면 좋을까요.

-박 소장: 우선 아이가 직접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막연하게 ‘과학고에 가면 대학가기 수월하겠지’와 같은 마음으로 자녀에게 과학고 진학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로 이민 갈 때, 그 나라에 대해 조사하는 것처럼 자세하고 꼼꼼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학교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직접 학교에 방문해 보고, 과학고에 재학 중인 선배와 졸업생들에게도 얘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직접 조사하게 만드세요. 아이 스스로 ‘과학고에 꼭 진학하겠다’는 마음이 생겨야 고등학교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김: 바이러스 쪽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장래희망이 이비인후과 의사입니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스케줄을 짜서 선행학습을 하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잘하고 있는 건 지 궁금합니다.

-박 소장: 자녀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자기 탐색을 통한 결정인지, 환경에 의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꿈’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와 학원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잖아요. 꿈은 어느 한 순간 정해지는 게 아니라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탄생하는 겁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체험한 뒤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탐색을 할 때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들 중에 ‘의사=돈 많이 버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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