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안 시스템 첨단 바람 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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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공항.레이건 공항은 테러범의 얼굴을 인식해 색출해내는 얼굴 인식시스템 설치를 추진 중이다. 테러범이 수염을 달거나 안경을 쓰는 등 변장을 해도 이 시스템을 빠져 나가기 힘들다.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계기로 항공 안전이 국제적 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공항에선 검색.보안 기술에 첨단 바람이 불고 있다.

X선을 쏘아 나타난 화면을 보며 육안으로 검사하거나 개를 동원한 기존 방법으로는 날로 지능화.고도화하는 테러범.밀수범들을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속속 실용화하고 있는 수화물 검색용 첨단 기술은 X선과 컴퓨터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짐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X선으로, 그 속에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컴퓨터가 자동 판별하는 방법이다.

◇ 2.5㎝ 두께 철판도 투시=미 이글 빌딩 테크놀로지스사가 라과디아공항에 설치한 내부 투시장비는 수화물을 유리병 들여다 보듯 할 수 있다. 웬만한 두께의 철판도 막지 못한다. 가방 안의 깡통.플라스틱 등에 넣은 폭약.마약도 자동으로 잡아낸다.

컴퓨터 조차도 판독하기 어려운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으면 경보를 울려 사람에게 맡긴다. 시간당 1천5백개의 수화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검색 속도도 빠르다.

◇ 물질의 밀도와 표면 특성으로 내용물 파악=수화물 속을 들여다 보지 않고 어떤 물건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스틱 장난감 권총과 실제 권총의 모양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테러용으로 잘 쓰이는 C4 폭탄의 경우 아예 정형화된 모양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물질의 밀도와 표면특성(전기적 특성을 의미하는 제타포텐셜로 표시)을 이용한 내부 투시기술이다. X선을 수화물에 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마다 투과율이 다르다. 밀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TNT의 경우 밀도는 1.75g/㎤, 제타 포텐셜은 6.7㎷인 반면 C4는 밀도 1.6, 제타 포텐셜 7이다. 미국 달러 지폐는 밀도 0.95, 제타 포텐셜 8.3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수화물을 열어 보지 않고도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수화물 검색 컴퓨터는 물건의 형태를 분석하는 능력도 있다. 권총의 경우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갖고 있는 공통점인 방아쇠.총구 등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다. 이같은 형태의 물건이 있으면 일단 권총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은 우리 인천 공항에도 설치돼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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