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인의 연인은 순박할수록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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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42년 6월 「파리」의 어느 삼류극장에서 였다. 휘황한 조명아래 관능적으로 춤추는 여인. 울적한 마음으로 산보길에 우연히 여기에 들른 청년시인 「보들레르」는 정신없이 이 검은 「비너스」를 쳐다보았다.
「잔·뒤발」, 흑백혼혈아. 반짝거리는 검은머리, 율동하는 육체, 그리고 갈색의 커다란 두 눈, 정열적인 입술 「기름처럼 매끄럽고 일조처럼 푸득거리는」 (시 「보석들」에서)-
이로부터 시인 「보들레르」와 여인의 역사가 시작된다. 아니, 그보다 먼저 그는 어머니를 좋아했었다. 남들보다 더욱 짙게. 그가 6살때 아버지가 죽었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재혼해버렸다. 『나 같은 아들을 두고 어찌 재혼할 수 있을까?』 세상에 나서 제일먼저 그에게 닥친 커다란 「쇼크」였다고 뒤에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당신에게 열렬한 사랑을 품은 시절이 있었읍니다. 아버지가 죽고 당신과 둘이서만 살던 집, 그리고 그 긴 산책. 나에게는 그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당신에게는 물론 가장 슬펐던 시절이었겠지만. 당신은 나에게 있어 연인과 친구를 겸하고 있읍니다』(1861년5월6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그 어머니의 재혼식날 소년은 신방의 열쇠를 창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물론 의부 「오피크」씨와는 사이가 나빴다. 문학에서 손을 때라고 거의 강제로 보낸 바다여행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열대의 태양아래서 오히려 그에게 독특한 심미안을 갖게 하고 특히 이국적인 여인에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그가 혼혈의 여인 「잔·뒤발」에 매혹된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품고 있는 여인, 혼혈아들이 지닌 나쁜 성격은 다 갖추고 있는 여인, 음울하고 방랑하고 의타심이 강하고 주정뱅이, 게다가 무식하고 바보, 예술가의 애인이기보다는 거리의 여인에 더 어울리는 그런 여인이었다. 『보통 시인의 연인은 아주 천한 여자가 좋다. 거기에 바라는 것은 국이나 끓일 줄 알고 다른 애인이나 없으면 된다』이렇게 그는 쓴 적이 있다.
그러므로 「잔·뒤발」은 그녀가 특히 아름다워서라기 보다는 어딘지 바보스런, 그런 점에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여자에게 있어 때때로 바보 같은 것은 「미」의 역할을 한다』 「잔·뒤발」과는 대조적으로 「사바티에」 부인을 들 수 있다.
아름답고 착하고 「즐거」을 갖추고 있는, 이를테면 편하게 살고 있는 「살롱의 마담」이었다. 5년 동안이나 익명으로 사랑의 시를 보내온 「보들레르」에게 호기심과 호의로써 접근해온 이 부인에 대해 그는 이내 실망해 버렸다. 『너도 마침내 여자에 지나지 않구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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