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리뷰] '프린스 & 프린세스' 對 '아크메드왕자의 모험'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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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 프린세스'가 국내개봉을 하였을 때, 많은 분들이 실루엣 애니메이션이 미셸 오슬로에 의하여 최초로 시도된 새로운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오해하였지만, 사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은 이미 '프린스 & 프린세스'로부터 80년전인 1919년 독일여인 롯데 라이니거에 의하여 시도되었었습니다. 롯데의 남편이자 예술사학자인 칼 코흐는 촬영을 맡으며 영화제작을 도왔으며 (유리 놀스테인부부나 알렉시예프부부처럼) 배경과 특수효과를 맡았던 두명의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세계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이 3년간의 결실끝에 1926년 베를린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남편은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1919년작 '사랑스런마음의 장식'으로 롯데와 함께 작업을 하게되었으며 1921년 결혼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일 뿐만 아니라 디즈니에 의하여 최초로 시도되었다고 알려진 멀티플레인 방식의 촬영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롯데 라이니거는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그리고 최초로 애니메이션에서 멀티플레인방식의 촬영을 사용한 감독도 되는 것이죠.

이 작품은 80년뒤의 '프린스 & 프린세스'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말입니다. 제작방식의 닮은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일단 두 작품모두 기본적으로 동화적 스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린스 & 프린세스'가 천일야화라던가 그림형제의 동화등에 감독의 상상력을 추가시켰다면, '아크메드왕자'는 전체적으로 천일야화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세계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은 비록 제목이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이자만 부제를 '프린스 & 프린세스'라고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마법이라던가 저주, 마법사등이 등장하는 것도 동화에 토대를 두고 있는 두 작품이므로 어쩔 수 없는 소재의 유사성이라 하겠습니다. '아크메드왕자'가 전체적으로 5막구성으로 되어있다면 '프린스 & 프린세스'는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죠.

'프린스 & 프린세스'의 에피소드4에서 일본의 동양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면 '아크메드왕자'에선 중국의 문화를 잠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본의 문화가 존경의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다면 중국의 그것은 대립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유사점의 하나는, '프린스 & 프린세스'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왕자와 공주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신이 '아크메드왕자'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러닝타임도 거의 비슷합니다. '아크메드왕자'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마법사가 나쁜 역할로 등장하는 것에 비하여 '프린스 & 프린세스'의 에피소드 3에 등장하는 여자 마법사 (물론 아프리카 마법사는 아닙니다만) 는 알고 보면 착합니다. 이것은 어린시절 아프리카에서 생활하여 아프리카 문화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키리쿠와 마녀') 감독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그렇다면 검은색의 실루엣 애니메이션방식을 택한 이유는 제작비용 외에도 오슬로감독이 아프리카의 검은색에 뭔가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의 메뉴화면입니다. 영어 서브타이틀이 제공되고 영어대사로도 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입니다. 하지만 볼프강 젤러의 음악이 새로이 레코딩되어 DD2.0으로 제공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치 않은 오리지널 독일 프린트대신 런던서 보관되어지고 있던 프린트를 놀랍게 복원한 BFI에게 박수를...


일단 '아크메드왕자'는 절지실루엣들의 움직임이 '프린스 & 프린세스'보다 더 화려합니다. 마법사의 등장씬이나 변신모습, 여러 등장인물들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렬이나 춤등은 '프린스 & 프린세스'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든 방식들을 이미 80년전에 커버하며 심지어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선녀와 나뭇꾼'을 연상시키는 장면입니다. 좌측그림에서 왕자는 우측모서리에 숨어있습니다. 패리바누와 두 시녀는 깃털옷을 벗고서 목욕을 즐깁니다. 하지만 이내 왕자의 존재를 깨닫고 두 시녀는 도망갑니다. 왕자가 자신의 깃털옷을 가지고 있는 패리바누는 도망가질 못합니다.


칼리프에 의하여 감옥에 갖혀있는 마법사는 마법으로 자신의 나르는 말과 아크메드왕자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박쥐로 변하여 탈출하죠.


황제의 수청을 거부한 패리바누는 왕의 광대에게로 넘겨집니다. 광대와 어쩔 수 없이 결혼하여야 하는 패리바누. 아크메드는 합방직전에 패리바누를 구해냅니다.


재회한 아크메드왕자와 패리바누. 하지만 와크와크섬의 정령들은 자신들을 떠나 왕자에게로 간 그녀를 납치해 버립니다. 그녀는 정령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죠.


여기서 이야기는 갑자기 '알라딘과 요술램프'로 넘어갑니다. 공주가 납치된 돌산을 열기 위해선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필요했던 것이죠. 저 멀리서 괴물에게 당하고 있던 알라딘을 왕자가 구출하고, 왕자는 알라딘의 모험을 듣습니다. 동굴속에서 램프를 집어들기 직전의 알라딘.


많이 낯익은 장면이죠? 마법사에게 램프를 넘겨주지 않은 알라딘은 램프의 요정덕택으로 칼리프의 호감을 사게되고 또 하룻밤만에 어머어머한 규모의 궁전도 짓게 됩니다. (여기서 칼리프는 아크메드왕자의 아버지와 동일인물이며, 알라딘이 사랑하게된 공주는 바로 아크메드의 여동생 디나르자데와 동일인물입니다. 따라서 알라딘을 동굴속으로 데려간 마법사도 아크메드를 괴롭히고 있는 마법사와 동일인물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다시 자고나보니 궁전이랑 그안에있던 공주는 사라지고 알라딘은 처형직전에 칼리프의 나라를 탈출하게됩니다.


이 DVD의 가장 큰 서플은 롯데 라이니거에 관한 1시간분량의 다큐멘타리입니다. 감독의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이 두 개의 비디오테잎으로이미 발매되어 있긴하나, 감독의 여러 단편들을 전기와 함께 접할 수 있습니다. 다큐를 보게되면 디즈니가 실리 심포니에 심혈을 기울였듯이 감독이 클래식음악과 자기 작품과의 접목 (특히 모차르트)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우측그림은 오히려 검은색배경에 흰색 절지종이인형을 사용한 방식의 작품.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창시자 롯데 라이니거. 14살에 이미 그림자연극을 시작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애니메이션방식으로 옮겼습니다. 한때 배경뿐 아니라 절지실루엣까지도 컬러로 그려진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키도 하였으나 그녀는 결국 검은색 실루엣을 선호하였습니다.

■ DVD사양
상영시간: 66분
지역코드: 2번 (PAL방식)
화 면 비: 1.33:1
더빙언어: 무성영화 (영어 2.0지원)
서브타이틀: 영어
서플먼트
- 영어대사지원
- 다큐멘타리 (Homage to the Inventor of the Silhouette Film)

'프린스 & 프린세스'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롯데 라이니거에 대한 조금의 존경의 감정을 가져보는 것도 어떨까요?

■ [DVD리뷰] '프린스 & 프린세스' 對 '아크메드왕자의 모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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