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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교체 쓰나미 … 박근혜·오바마는 이겨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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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 주요 국가 선거는 대개 정권교체로 끝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고스란히 정권교체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위기는 당연히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일자리·물가·실업률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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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그해 11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공화당을 누르고 집권했다. 버락 오바마는 당시 ‘담대한 희망’과 ‘변화’를 내세워 민심을 얻었다. 오바마는 4년 뒤인 올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올해 치러진 선거에서 오바마 외에 정권을 유지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영국에선 2010년 5월 총선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의 노동당 정권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 정권으로 바뀌었다. 또 프랑스에선 올 4월 대선에서 우파 정권이 물러나고 좌파가 집권했다.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낙선하고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끈 집권 기민당 연정은 2009년 9월 총선에서 드물게 재집권에 성공했다. 유럽 주요국 중에서 경제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경우 3년2개월여 만에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불황에다 동시에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자민당에 참패를 안겼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데다 인기 없는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민심이 180도 돌아섰다. 결국 민주당의 실정에 힘입어 지난 16일 총선에서 자민당이 권토중래에 성공했다.

 태국의 경우도 일본과 비슷한 선거 양상을 보여줬다. 2008년 12월 총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2011년 7월 총선에선 타이푸어타이당이 집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은 이른바 ‘피그스(PIIGS)’ 국가들의 집권당도 강타했다.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을 지칭하는 PIIGS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지난해 국가채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돼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성난 민심은 이들 나라의 집권정당을 내몰았다.

 가장 먼저 그리스에서 2009년 10월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당이 신민당을 누르고 1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2월 아일랜드 총선에선 공화당이 통일당에 정권을 내줬다. 같은 해 6월 포르투갈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사회당을 누르고 집권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민심이 요동치면서 자유국민당 소속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전격 사임했다. 자유국민당은 마리오 몬티를 구원투수로 투입해 급한 불을 끄는 바람에 정권교체까지는 간신히 모면했다. 그해 11월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국민당이 사회노동자당을 꺾고 정권을 차지했다. 경희대 권만학(국제학) 교수는 “정권교체가 유달리 잦았던 것은 기존 정권에 의한 문제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라며 “특히 PIIGS 국가들의 경우 경제가 나빠지면서 민심이 요동쳤다”고 진단했다.

 ‘바꿔 열풍’ 와중에도 여당이 재집권한 독일·대만·캐나다·러시아·한국의 경우 글로벌 평균에 비해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한국 대선에 대해 홍기택 중앙대(경제학부) 교수는 “양극화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안 됐다는 것은 유권자가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을 동일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위기를 누가 더 잘 극복하고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유권자가 박 당선인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김경환 교수는 “유권자 입장에선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장세정·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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