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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성 잃어버린 종합박물관 건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문화의 보고 박물관은 문화재보존 기능이 완벽해야 할 뿐 아니라 건물자체가 예술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 문교당국에서 건립을 추진중인 「종합박물관」의 설계현상은 타당성을 잃은 조건들을 내걸고 있어 건축가들은 그 시정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건축가 협회」는 이미 그들의 주장을 묶어 전의문을 내놓았으며 정예 건축가들의 연구 단체인 「목구회」는 지난 20일 「세미나」를 열고 이 문제를 토론했다.
총액 4억 원의 예산으로 5개년 계획에 따라 완공키로 한 이 국가적 건물은 설계기간 50일 (l월 10일∼2월 28일) , 당선작 상금 30만원(1점) 가작 5만원(2점)으로 현상공모 되고있다.
건물규모 연면적 3천6백 평. 지상 5∼6층 지하1층. 『외형은 한식으로 하되 어떤 문화재의 외형을 모방한 것으로서 「콤포지션」 및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게 할 것』 『내부시설은 한식을 가미한 초현대식 시설로 할 것』 건물부지는 『경복궁 내 출입금지구역을 제외한 전역』 그리고 『본 설계는 당선작품이나 당선자에게 구애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논거는 첫째로 설계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흔히 다룰 수 있는 「테마」가 아니다. 세계적 대 건축가도 평생 한번 지을까 말까한 고귀한 건물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에 착수하기 전에 국립박물관 소장품의 치밀한 조사와 분류가 필요하다.
관 내외의 진열계획을 조사하고 종합박물관을 기능적인 면에서 분석해서 문화재 훼손, 고궁 침식을 막아야한다. 고궁과 현대건축의 조화공존이 가능한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건물배치계획이 결정되어야 한다.
계획설계에 앞서 절대로 생략될 수 없는 이 작업과 설계에 필요한 시일은 5∼10명 규모의 설계「팀」을 표준 할 때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상금이 너무 적다. 계획설계비가 공사비의 0·1%란 말도 안 된다. 막대한 노력이 필요한 설계를 당국자는 투시도 한 장 그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건물 외형을 『한식으로 운운』은 「난센스」다. 표현방식을 제한 강요하는 것은 독재국가 관료체제 밑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무식한 요구는 「쇼비니즘」경향에 편승 아부하려는 것이며 민족주체성과는 아무관계도 없는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가장 중대한 맹점은 『본 설계는 당선작품이나 당선자에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저작권침해다. UIA(국제건축가연맹) 헌장 26조에는 반드시 당선자가 본 설계권을 가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UIA헌장 5조 8조에는 심사위원의 명단을 사전에 밝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심사위원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다. 출품작의 심사는 마땅히 공개리에 진행 되야 하고 평가의 기준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낙선 작은 반드시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설계현상은 거의 모두 불순한 후문들을 남겨왔다. 지금까지는 어물어물 적당히 얼버무려왔으나 이번만은 대상이 박물관이니 만큼 절대로 묵과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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