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특집]① 21세기 새 무역규범 예정대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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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회의는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UR)의 후속 다자간 협상으로 뉴 라운드를출범시킬지 여부를 논의, 결정하게 된다.

의제 설정에서부터 회원국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뉴 라운드의 논의경과와 대상, 전망, 우리나라의 대응 등을 4회 특집으로엮는다.

21세기 세계무역질서 재편의 틀이 될 뉴라운드(NR)협상의 출범 여부가 한달 후인 내달 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결정된다. 뉴 라운드의 필요성에 대한 각국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한지 2년만에 출범 여부가 다시 논의되는 셈. 이번 회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돌파구의 하나로 뉴 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와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WTO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위기감 속에 열리는 만큼 무난히 출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호주의적 수입규제조치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무역자유화의 정도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뉴라운드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면 개방화와 자유화에 가속도가 붙겠지만 아직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으로 우리경제의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는 출범여부와 협상과정 등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왜 뉴라운드인가= 지난 50년간 세계무역은 상품수출이 물량기준으로 연평균 6%의 성장을 거듭, 지난 99년의 총 무역량이 50년전에 비해 19배가 됐을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런 무역 확대가 전후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됐다는데는 이견이없다.

무역확대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주도로 47년 제네바라운드 이후86∼94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까지 8차례에 걸쳐 이뤄진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른것이다. GATT의 후속기구로 95년 탄생한 WTO도 UR의 산물이다.

우리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던 다자협상이 민감한 문제로 부상한 것은 UR때부터다. 그간 공산품 관세인하 중심이던 이슈가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는 장기간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UR가 대외의존도가절대적인 우리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친 순기능도 적지 않다.

뉴라운드는 90년대 후반부터 WTO 회원국들이 UR 이후에도 남아있는 무역장벽을낮추고 경제환경의 급변에 따라 생긴 새로운 무역이슈들을 다루자는 뜻에서 논의가시작됐다. UR에서 농산물 및 서비스 분야 개방정도가 부족하다고 판단, 2000년부터추가적인 자유화협상을 벌이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은 UR의 합의결과이행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남은 무역장벽을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규범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다자간 협상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결국 98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WTO 제2차 각료회의에서 폭넓은 분야에서의 무역 자유화를 위한 뉴라운드 협상을 준비하기로 합의한 것이 직접적인 출발점이 됐다.

미국 미시건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뉴라운드 협상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 분야의무역장벽이 33% 낮아진다고 가정할 경우 세계적으로 매년 6천억달러, 우리나라에는140억달러의 추가 경제성장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됐다.

◇시애틀에서의 실패와 그후= 99년 11월30일부터 시애틀에서 세계화 반대시위속에 열린 제3차 각료회의는 협상의제를 놓고 각국이 대립한 끝에 뉴라운드 출범을위한 각료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수출보조금 감축폭을 둘러싼 농업문제, 반덤핑개정, 무역 및 노동 분야 등에서회원국간의 의견차가 컸다. 지나치게 많은 의제가 제기된데다 의제선정을 위한 협의기간이 짧아 각료회의 시작 전까지 의제선정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던 게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유럽연합과 일본이 주요 쟁점에서 미국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점과 개도국 비중이 증가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농업 분야에서 광범위한 시장접근의 개선과 수출보조금의 점진적 폐지,국내보조금의 감축 등 수출국 입장과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NTC.Non-Trade Concern)의 구체적인 예시 등 수입국 입장이 균형있게 반영된 각료선언문안을 만들어낸 점은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안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공산품 분야에서도 비농산물에 대한 관세인하와 고(高)관세 감축 또는 폐지, 경사관세 구조의개선 등에 대한 큰 틀에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적지 않은 결실로 평가된다.

시애틀 회의 이후 외견상 잠잠했던 뉴라운드 논의는 금년 1월부터 재개됐다. 5월 이후 아세안+3 경제장관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 등에서 잇따라 나온 뉴라운드 출범 지지성명이 힘을 실어줬다.

특히 6월말 WTO 일반이사회 고위급 특별회의에서는 미국이 유럽연합과 `공동의전략적 목표(Common Strategic Objective)'를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 뉴라운드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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