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동 판자촌 화재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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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l8일 밤10시께 남산동 판자촌에 대화재가 일어나서 1백 여동을 불태우고 21명의 소사자와 9명의 행방불명, 약3천명의 이재민을 낸 일대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이 일대 판자촌은 아파트를 짓다가 만 3층 콘크리트 건물 속에 판자와 천막을 이어 지은 것인데, 그 건물의 아래용 연탄가게에서 발화하자, 어둠 속에서 불을 피해 황급히 빠져 나오는 바람에 대부분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희생당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희생자와 이재민들의 불행은 물론이요, 이 화재를 계기로 하여 도시계획의 맹점이 드러나 차제에 확고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을 새삼 경고 하는 바이다.
도심지나 도시 주변의 판잣집 철거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의의 대상이 되었으나, 워낙 이 슬럼가의 밀집촌은 입주가 영세민이니 만큼 생계와 직접 관련된 어려운 문제임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터이지만, 도시 미관이나 불여의 화재 등에 대비하여 단안을 내려야 되겠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이에 대하여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방관은 결코 선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태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더큰 재앙의 씨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왕년에 영국의 런던 대화재 때 부패한 국회가 도시계획법안을 폐기하였기 때문에 급기야 일대 재해를 초래하고 국회해산까지 하여 책임을 졌고 또 차기국회에서 전 의원들을 역적으로까지 규정한 고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생명·재산에 대하여 크게 책임도 안지고, 또한 사전에 충분한 대책도 세우지 않는 작금의 이완된 풍조를 단호히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이번 남산화재를 계기로 하여 도시계획을 중심으로 적절한 구제책을 병행하면서 판자촌 철거를 철저하게 실시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 바이다. 지금 정릉, 수유리, 불광동 등 신개지에서는 아무런 도시계획도 없이 주택들이 제멋대로 밀집·난립되고 있다. 적어도 도로계획을 세우고 택지와 구별해 두는 일은 손쉽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상을 그대로 호도해 버린다면 화재시에 소방상에 일대 지진이 있을 것이 예상될뿐만 아니라, 통행이나 분뇨처 때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을 느끼게 하며 또 도시위생상에서 보더라도 목불인견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부조리하고 비위생적인 사태를 그대로 둘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당국은 뜻하지 않았던 남산화재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서 이번만은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판자촌 철거를 비롯하여 철저한 도시계획을 실천해 줄 것을 강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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