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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한달 「청룡작전」|「투이호아」에서 제3신 현영진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파월 청룡부대2개 대대는 월남전에서 최대의 작전을 벌여 「베트콩」 「게릴라」 약8백명을 죽였다. 30일 동안에 걸친 이 「청룡」작전은 「사이공」동북쪽3백80「킬로」되는 「투이·호아」지구에서 16일 끝났다. 중요한 해안「루트」인 1번 공로가 험준한 밀림지역을 통과하고있는 「게릴라」점령지역을 휩쓸면서 청룡부대는 「베트콩」7백43명을 죽이고 18명을 잡았으며 혐의자4백38명을 붙들어 놓았다. 1번 도로는 이제 『완전히 트였다』고 미군대변인은17일 말했다.
1월5일 상오 『병장 이기학 전사』-「푸옥·지앙」5지구(C목표) 남방1「킬로」지점을 수색 중이던 제3대대 10중대로부터 대대CP에 무선보고가 들어왔다. 산악동굴을 수색 중이던 제2소대3분대 이기학 병장은 동굴에 은신한 적의 저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이상근 병장도 부상을 했다. 바로 옆에 가던 강광욱 하사가 이기학 병장을 끌고 나오려 했으나 적탄은 강 하사의 왼팔을 관동, 시체를 빼내오지 못했다.
이때부터 제10중대의 돌격작전이 시작됐다. 일단 동굴 앞을 둘러난 2소대는 1백「미터」떨어진 개울 속에 포진, 하오 3시에 다시 동굴 앞에 접근하고 조항구 병장이 엄호사격을 받으며 동굴 앞 시체반출을 위해 뛰어들었으나 다리에 제군데 총상을 입고 물러섰다. 총탄은 동굴 속에서 튀어나왔지만 적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동굴전면 10「미터」논두렁에 엎드린 제2소대는 하오 8시까지 계속 맹렬한 총격전을 벌었다.
그러나 한발 짝도 접근할 수 없는 적의 사격 속에 날은 저물어 이를 갈면서도 전우의 시체를 남겨놓은 채 일단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궂은 비마저 내리는데 동굴 속에서는 여자들의 목소리까지-물러 나오는 소대원들의 얼굴이 물에 젖은 것은 비가 내리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이튿날 먼동이 떠오자 10중대는 또다시 공격에 나섰다. 정면공격은 역시2소대. 천연적인 암석동굴에 은신한 적은 아군이 접근해가도 사격해오지 않았다. 드디어 동굴에 다다라 사격하는 순간적의 총탄이 머리위로 날아왔다. 시체에 접근하려던 소대원이 발견한 것은 전날 하늘을 바라본 채 쓰리진 고 이 병장이 오늘은 약간 동굴 앞에 접근하여 엎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가증하게도 적은 죽은 병사의 몸을 놓고 또 다른 주검을 낚시질하는 미끼로 쓰고 있었다. 그래도 용감히 뛰어든 황수호상병은 복부관통상을 입었다. 덩굴속의 동굴은 아군의 지척에 있었지만 이중 삼중으로 된 암석은 수류탄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그리고 총구도 안보인채 사격할 수 있는 철벽과 같았다. 쏟아지는 적탄,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아래 10중대는 포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진을 중대CP까지 물리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즉시 소대원은 생동으로 옮겼다. 기자는 그 뒤를 따라 중대CP로 나왔다. 곧이어 함재기 2대가 날아들어 「네이팜」 탄과 「로키트」탄을, 후방대대 CP방면에서는 육중한 포성이 적의 동굴을 향해 쏟아졌다. 긴급 출동한「헬리콥터」는 1백6「밀리」무반동포 4문을 싣고와 직격탄을 퍼붓도록 했고 81「밀리」·60「밀리」박격포가 고막을 찢을 듯이 포효했다.
하오 1시, 네중대의 최후공격이 시작됐다. 공격진형을 넓혀 2소대는 계속 중앙으로 3소대는 왼편으로 1소대는 오른편으로 각각 우회했다. 기자는 꾸준히 중앙 돌파작전을 펴는 2소대와 행동을 같이했다.
동굴 백「미터」앞 개울까지 무난히 진입한 2소대는 1·3소대를 전진토록 했다. 허벅다리까지 빠지는 논을 뛰어 건너간 2개 소대는 마지막논두렁에 엎드려 산개, 약30분간 치열한 요란사격을 퍼붓고는 일제히 사격을 중지한 채 침묵을 지켰다.
이 동안 1소대는 우측산악지대를 견제하고 있었고 3소대는 산악을 타고 올라가 적의 동굴 머리위로 내려오려 시도하고 있었다. 숨막히는 침묵을 지킨지 두 시간-가시덤불「정글」을 뚫은 3소대가 동굴 바로 위에 수류탄을 투척하는 것을 신호로 온갖 총기를 총동원하여 콩볶는 듯한 사격을 가했다.
이때 박범수 일병과 김용섭 상병이 포복으로 접근하여 시체를 끌어냈다. 논두렁으로 시체를 끌어내리자마자 머리위로 또 적탄이 쏟아졌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출 수 없도록…. 하늘을 우러러 드러누운 이 병장은 이마 정면에 관통상- 고국을 향한 그리움인가? 눈을 뜬 채 무엇인가 하소연하는 듯 했다. 소대장 김진수 소위는 논바닥을 치고 처절히 울부짖었지만 고인의 차가운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원한에 사무친 동굴은 시커먼 입을 뻐끔히 벌린 채 적의 모습은 이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적의 동굴은 산을 꿰뚫은 채 끝없이 뻗어나간 개미굴-동굴을 폭파시키고 중대CP로 돌아오니 시계는 하오 4시. 우측을 경계한 1소대가 「베트콩」1명을 동굴 속에서 발견하여 사살했으나 가슴에 맺힌 멍울을 풀기에는 너무도 적은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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