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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광란의 파티, 레드 제플린, 그리고 의문의 시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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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데렐라 카니발
안드레아스 프란츠 외 지음
이지혜 옮김, 예문, 440쪽
1만3800원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그리고 여형사 피아와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이 활약하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에 매료됐던 독자라면 반가워 할 책이다.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묘사, 거기 더해 문제의식까지 능란하게 녹여낸 낯선 작가와의 만남이어서다.

 200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셰어 하우스(공동 자취방)에서 캐나다에서 유학 온 제니퍼 메이슨이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술과 마약이 넘치는 광란의 파티 중 성폭행 뒤끝에 벌어진 일이다. 주인공인 율리아 뒤랑 여형사가 속한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수사 11반이 나서 주요 파티 참석자들을 검거해 사건은 마무리 된다.

 한데 2년 뒤 남자 대학생의 시신이 발견된다. 파티를 벌인 듯한 현장, 현장에 흐르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 등 제니퍼 사건과 흡사해 수사팀을 긴장시킨다. 여기 죽었던 제니퍼 메이슨이 모습을 보이는데….

 기막힌 반전보다 차근차근 접근해 가는 수사과정에 초점을 맞춘 소설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수사팀의 인간적 모습이다.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돼 곤욕을 치렀던 뒤랑은 2차 피해인 공포장애에 시달린다. 천재적 추리력이나 막강한 힘을 지닌 영웅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약점을 안고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소설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그와 티격태격하는 파트너 프랑크, 재기 넘치는 자비네, 공식 커플인 도리스와 페터 등 한몫 단단히 하는 조연들에 대한 배려도 이 책의 매력을 더한다. 다른 하나는 범상치 않은 주제의식이다. 스포일러의 우려를 무릅쓰고 이야기하자면 책은 ‘스너프 포르노’대한 고발이다. ‘스너프’란 ‘누군가를 없애다’란 은어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라이브로 찍은 영화를 뜻하는데 스너프 포르노는 여기에 성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 소설은 그 제작과 유통을 둘러싼 문제를 다뤘다.

 원작자는 독일에서만 550만 부가 팔린 거장이라는데 지난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뒤랑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작품은 원작자의 애독자였던 다른 작가가 완성시킨 것이다. 마지막 작품을 먼저 접하게 된 아쉬움은 있지만 이어 소개될 전작에 대한 기대가 이를 상쇄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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