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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횡령사 15년|「30년 고참」들의 어마어마한 고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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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철도 소하물 횡령사건은 6·25사변 이후 15년 동안이나 누적되어온 조직적인 공무원 범죄가 되었다. 철도청 부정사건에 관련 전국에서 구속된 68명의 독직 공무원 중 이근상(56·전 서울 역장) 이춘신(57·전 영등포 역장)씨 등 역장급 3명과 불구속 수사중인 청량리 역장 이기주(59)씨, 서울 철도국장 변재열(52)씨는 대질심문에서 『소하물 탁송료를 떼어먹는 것이 부정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고질화된 인습』이라고 자백했다.
공무원 범죄 특별 수사반장 정재원 부장검사는 14일 이들에 대한 대질심문을 마치고 『엄밀하게 따진다면 소하물 탁송료 횡령 사건에는 전국 3만5천여명의 철도청 직원이 모두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부정규모를 밝혔다.
이날 철도청 사건의 발전사(?)를 자술하기 위해 서울지검 9호실에 나온 서울 철도국장 하재열씨 등 5명은 모두 19세 나이부터 30년 이상을 철마에 바쳐온 철도 운수행정의 「베테랑」급.
이른바 『철도「몬로」주의』의 혜택을 입어 전국 각지의 군소 역장을 지내왔던 이들 철도 통들이 분석한 소하물 탁송료 횡령 사건의 원인은 ①소하물 탁송 사고에 대한 국가의 배상이 없다는 철도운수 행정의 「미스」 ②부하 직원의 부정을 발견하고 인사조처를 하려 해도 역장의 내신이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스포일·시스팀」(정실인사) ③개인의 영달과 호구지책을 위한 양심의 마비 등으로 대변된다.
마산 상업학교를 졸업, 19세 때 철도국원 채용시험을 거쳐 마산역 직원을 「스타트」로 31년간을 재직해 왔다는 변 국장은 『소하물 운임 횡령 사건은 사회질서가 문란했던 6·25사변 이후부터 싹트기 시작하여 자유당 정권 아래서 전통적인 악습으로 남게 되었다』고 부정의 역사를 털어놓았다.
40년 4개월을 근무해온 청량리 역장 이기주씨는 19세 때 사리원역 화장실 소제부로 출발했다면서 『서울·부산 같은 큰 역의 화물계 직원들이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고 부정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9·28 수복 후 소하물계 직원들이 이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부정을 확인했다는 이씨는 자신의 힘으로는 막지 못했지만 이번에 부정의 전모가 밝혀져 반갑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는 자술서에서 9·28 재 수복 때 첫 출발역이던 사리원 역장을 40일 동안 지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탁송료를 몽땅 잘라먹고 화물을 수송할 때는 「비행기」, 무찰승객을 태울 때는 「너구리」라는 암호를 써 왔다는 것도 털어놓았다.
전국 각급 역장만 30년 동안을 지내온 전 영등포 역장 이춘신(37년 근무)씨는 이들 5명중 유일한 사철 출신. 20세 때 조선철도주식회사 충북선 조평 역원으로 출발한 이씨는 불합리한 철도 행정이 대규모의 부정 사건을 키워왔다고 자가비판, 각급 역의 운영비를 소하물계 직원으로부터 조달시켜온 것이 잘못이라고 밝혔다. 영등포역의 경우는 작년 10월까지 여객조역과 화물 조역을 한 사람이 맡을 만큼 인사행정이 엉망이라고-.
전 서울역장 김준경씨는 횡령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동안 양심이 마비되었다면서 『서울역장으로 있을 때는 부정을 알았지만 한 계단의 승진에 급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
이들 철도 통들의 심경도 천태만상이었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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