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도둑자백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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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찰이 가두 직업 소년으로 지정, 선도해온 구두닦이 5명을 절도 피의자로 파출소에 무조건 연행, 팔을 부러뜨리는 등 혹독한 고문을 가하며 자백을 강요했으나 끝내 부인하여 혐의가 풀리자 다시 우범 소년으로 몰아 즉심에 넘기려다가 훈방한 잔인한 처사가 15일 상오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오스카」 극장 앞에서 구두 닦는 김상봉(전농동 486·청량리 서발행 직업소년 「카드」339호)군 등 5명의 구두닦이 소년들은 지난 10일 상오 9시30분쯤 구두 닦으러 나왔다가 아무 이유 없이 서울 동대문 경찰서 신용두 파출소에 연행되었다.
동 파출소의 박노병 송재회 두 순경은 김군 등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고 혁대로 다리를 묶어 쓰러뜨린 다음 도둑자백을 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결같이 범행사실을 부인하자 경찰관들은 『거짓말 말라』고 위협, 경찰곤봉으로 마구 때려 그래도 혐의 사실을 시인하지 않자 박 순경은 김 군을 깔고 앉아 팔을 비틀어 부러뜨려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히고 10일 밤 11시30분쯤 절도 혐의로 모두 본서에 넘겼다. 본서에서 취조결과 이들의 혐의가 풀리자 팔 부러진 김군 등은 11일 상오 훈방했다.
팔 부러진 김 군은 현재 서울 청량리 로터리 김 접골원에서 팔을 잇는 등 입원 치료를 받고있다.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서울시경은 박·송 두 순경을 공무원들의 가혹 행위로 입건하는 한편 서울시내 전 파출소 소장들을 긴급히 소집, 일선 파출소 순경들의 가혹 행위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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