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 머문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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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립극단이 신명순 작 이진순 연출「이순신」(2부13경)으로 병오 연극의 원단을 기록했다. 우리로서는 오래간만에 대하는 사극이요, 또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취급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아 온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 현란한「코스튬·플레이」는「센티멘틀」을 극 조로 막을 내렸다.
새 인격을 창조하는 것은 문학작품의 과녁이다. 이순신의 결점 찾으려다 실패했다는 작자의 고백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이순신」은 성격의 발전이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의 발전도 없다. 시간의 흐름도 애매하기만 하다. 더구나 이 작품은 이순신의 사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나 이해될 수 있게 씌어진 듯하다. 즉 이순신은 관객의 상식 속에 이미 있는 그대로여서 새로운 진 경이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작품에는 역사적 언어가 부정확하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지적하기 어렵다.
무대장치는 간략하고 화려한 대신 새롭진 않다.「디자이너」를 밝히지 않은 의상 역시 화려했으나 계급표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등 역사적 지식의 결여가 드러난다. 더욱이 조명은「골고다」를 연장시키는 감옥장면을 위시해서「인스피레이션」이 느껴지지 않는 제자리 뛰기에서 그쳤다.
연기자로서 최불암(율포 만호), 문오장(전라 좌수사)이 호 연하는 외에 무대상의「앙상블」은 관록 있는 연출자의 힘이다.
원단의「이순신」은 뜻 있는 기획이었지만 연극에 있어서의 욕구불만은 연장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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