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까지 쏠수있는 ICBM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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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10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함께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북한은 1999년 미국과 미사일 협상을 시작한 이후 협상이 지속되는 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표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시사함으로써 미국이 협상에 응하도록 촉구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은 조만간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70년대 중국과 이집트로부터 도입한 스커드 미사일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기술을 국산화해 거칠지만 비교적 탄탄한 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85년 사정거리 3백40㎞인 스커드B 개량형을 연간 1백여기 생산할 수 있게 된 북한은 89년에는 스커드B의 탄두 크기를 줄여 사정거리가 5백㎞로 훨씬 늘어난 스커드C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은 80년대 말부터 사정거리 1천2백㎞인 노동1호와 알래스카 부근까지 날아가는 대포동 1호 개발에 나서 97년에 노동1호를 실전 배치했으며 대포동1호는 98년 발사실험을 실시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98년 북한이 5년 내인 2003년께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99년 9월 24일 미사일 발사실험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에도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았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며 북한은 99년 이후에도 미사일의 엔진연소실험 등을 통해 미사일 추진 엔진의 성능을 개선해 왔다. 당시 엔진연소 실험 중 나온 화염에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실험장 주변의 초목이 그을린 광경이 미국의 KH-11 등 첩보위성에 잡혔다.

또 북한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란(사하브 미사일)과 파키스탄(가우리 미사일) 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면서 북한의 미사일을 함께 실험했던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자협회(FAS)는 북한이 대포동1호를 개량해 ICBM급인 대포동3, 4호를 곧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현재 스커드B, C와 노동미사일 등을 중심으로 1천여기에 달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은 오차가 사정거리 1㎞에 1m 이상 날 정도로 명중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핵.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어 위협하는 목적으로 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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