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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니즈 핵항모-동지나해상의 「이동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쾌승전」이 임박한 것도 같은 월남전에 「주장」으로 뛰어든 원자력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는 군함이 아니라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해상도시」였다. 기자는 미군수송기 편으로 「엔터프라이즈」에 도착하였다.
「샤워 룸」에서 나와 휴게실서 「위스키」잔을 들며 지난번 「우옹비」발전소 폭격장면을 이야기하는 조종사들은 마치 「스포츠카」를 몰고 「텍사스」의 「하이웨이」를 「드라이브」라도 하고 돌아온 것 같은 가벼운 「하이킹·무드」에 젖어있는 것 같이 보였다. 길이1천1백23「피트」, 폭2백57「피트」의 이 해상의 「왕 중 왕」을 총총걸음으로 기웃거려 보는데만 한시간이 걸렸다. 약5천명의 승무원이 8만5천3백50「톤」짜리의 이 세계 최대 최초의 원자력항공 모함에서 들끓으면서 도서로 몸 하나 부딪치지 않고 제 갈길을 오가고 제자리를 지키고있었다.
밑바닥에서 「마스트」꼭대기까지의 높이는 2백29「피트」6「인치」로 23층짜리 건물과 꼭 같은 높이다. 전선의 길이는 6백25「마일」, 발전능력을 있는 대로 발휘하는 날이면 인구2백만의 대도시의 전력수요를 채운다니 이건 분명히 「공학시대」가 낳은 「바다의 괴물」이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제과공장, 무기고, 푸줏간, 목공소, 「아이스크림」공장, 형무소, 소방서, 병원, 「라디오」수리점, 우체국, 약국, 배구「코트」, 관상대, 도서관, 세탁소…없는 게 없다.
또 하나의 명물은 「전략자료분석시설」이다. 적군의 공격태세를 알아내어 아군의 반격방법을 지시하는데 이 「전략자료분석시설」의 전자계산기를 이용하면 1백만 분의1초밖에 안 걸리는 「기적」을 발휘한다. 이 시설이 없으면 시속 몇천「마일」로 다가드는 적기들을 맞아 어느 한 해역의 모든 함정들이 하나같이 행동할 수가 없다.
58년2월4일 착공하여 60년9월24일 진수, 61년11월25일 취역한 「엔터프라이즈」는 8개의 원자로를 추진력의 모체로 한다. 면적 4·47「에이커」의 비행갑판 위에는 바로 월남전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최신식 함재기의 은빛날개들이 남지나해의 폭양 아래 기수를「하노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 주력은 역시 F4B「펜톰」전투대였다. 92와 96의 이 두개의 전투기대는 시속 1천6백「마일」이상으로 작전중의 비행속도에서 세계기록을 갖고있는 전천후전투기 「팬톰」으로 17도선을 넘어 「하노이」문턱을 넘겨다 보고있다.
월맹의 모든 군사시설과 공격목표물을 알아내는 정찰임무는 「마하」2이상의 속도를 가진 RA5C로 구성된 제7정찰전대가 맡고 있다. 제36, 76개, 93및 94 경공격전대는 「스카이호크」를 종횡무진으로 활용한다. 이밖에 조난 당한 조종사들에겐 천사같은 존재인「헬리콥터」전투지원대가 용맹을 떨치고있다.
「엔터프라이즈」함장 「제임즈·할로웨이」대령은 한국동란과 2차 대전의 영사로 가슴 가득히 훈장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의 등장하나만 가지고 「인도차이나」의 전세가 결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것보다는 「엔터프라이즈」가 병력6만5천, 항공기6백50기를 가진 제7함대의「핵함대」건설의 결정적인 추진력이 될 때 불타 는「세계의 화약고」의 전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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