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박근혜·문재인 스포츠 정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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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체육정책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서는 비슷했지만 접근법엔 시각차가 있었다. 문 후보 측 안민석 의원은 “걸어서 10분 내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 측 이에리사 의원은 “3년 후 50주년이 되는 태릉선수촌을 체육문화재로 등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레슬링 대표팀이 지난 7월 태릉선수촌에서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딱 1주일 남았다.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부각되 면서 체육 쪽에서도 박근혜·문재인 후보 진영은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 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체육 정책을 총괄하는 이에리사 의원과 안민석 의원을 만났다.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접근법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양쪽 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강조한 가운데 민주당은 스포츠시설을 확충해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체육 수업과 스포츠 프로그램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또 민주당은 경평축구 부활 등을 내세운 반면 새누리당은 체육부대 강화 등 엘리트 체육에 힘을 실었다.

◆ 박 캠프 이에리사 의원

이에리사 의원

“학교 체육을 정상화시켜 나라를 건강하게 만들겠다.”

 이에리사(58) 새누리당 의원은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등원했다. 엘리트 스포츠인으로서는 1973년 제9대 국회에서 황호동(역도) 의원이 활동한 이후 39년 만이다. 황호동 의원이 당선되던 그해,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던 이 의원은 이제 새누리당의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대선에서 체육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운을 뗀 그는 “박근혜 후보는 체육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경기인 출신인 나를 직접 불렀다”며 “주요 정책공약에도 체육 관련 내용을 넣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캠프는 행복교육 5대 실행방안 중 다섯째에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사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배치하고 ▶중·고등학생은 ‘1인 1스포츠’를 연마하며 ▶학교마다 체육시설을 연차적으로 확보해 스포츠를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형 체육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탁구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경희대 코치, 대표팀 감독 등을 거쳤다. 2005년에는 태릉선수촌장에 임명돼 체육행정 일선에서 뛰었다. 그는 엘리트 체육의 상징인 태릉선수촌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1965년에 개촌한 태릉선수촌은 경기인들의 자존심이다. 문화재 보호구역에 들어 있다는 이유로 선수촌을 옮기려고 하는데 막을 것이다”며 “태릉선수촌도 3년이 지나면 50년이 된다. 체육문화재로 등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문재인 후보 입에서 직접 체육공약이 나온 것이 없다. 안민석 의원의 생각일 뿐이다”며 “박근혜 후보는 체육정책에 관심이 많아 직접 공약을 발표하기도 하셨다. 실천 가능성에서 공약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후보 체육정책 토론회에 불참해 토론의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체육정책 토론회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잡아 일정상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 체육정책 공약

① 체육 관련 부처 강화 및 재편. 체육 예산 증액

② 체육 일자리 창출 확대 및 체육 시설 연차적 확보

③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및 스포츠 강사 파견 확대. 장애인 특별 프로그램 운영

④ 기업의 실업팀 운영 의무 강화, 세제혜택 연장

⑤ 초등학교 체육 전담교사 우선적 확보. 중·고등학생 1인 1스포츠 연마

⑥ 종목별 스포츠교실 운영 ‘문화기업’ 설립, 현역·은퇴선수 고용 지원

⑦ 태릉선수촌 기능 유지. 태백선수촌 숙소·훈련장 신축

⑧ 스포츠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⑨ 국군체육부대(상무부대) 인원 확충 및 강화

⑩ 체육인 명예의 전당을 포함한 스포츠 콤플렉스 건립

◆ 문 캠프 안민석 의원

안민석 의원

“한국형 스포츠 골든 플랜을 만들어서 생활체육을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안민석(46·경기도 오산)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캠프의 체육정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엘리트체육 위주의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체육의 기반을 다져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복지’의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내세우는 청사진이 ‘한국형 골든 플랜’이다.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체육시설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안 의원은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장소가 ‘학교’라고 지목했다. 그는 “학교 안에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이 포함된 체육문화 복합시설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은 지자체·교육청·국가가 3분의 1씩 나눠서 대면 큰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면 별도의 부지매입비가 들지 않고, 접근성도 좋다. 체육시설뿐 아니라 어린이집 등도 만들어서 생활체육과 보육시설을 ‘한 밥상’에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서의 장벽을 허물고 실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안 의원은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고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후 2005년 스포츠산업진흥법을 발의하는 등 체육정책에 대해 풍부한 경험이 있다.

 그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분리하는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생활체육이 뿌리내린 일본의 경우 작은 현에 여자배구팀이 400개에 이른다. 그 안에서 잘하는 선수를 고르면 엘리트체육도 강해진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묶어서 전체 파이를 키우는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이 당선되면 스포츠단을 해체하거나 지원을 크게 줄이는 사례가 많다는 체육계의 불만에 대해 안 의원은 “이전 새누리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방만한 경영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은 10일로 예정됐던 체육정책 공약 토론회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11월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서 운동해야 할 스타 선수들을 보란 듯이 참가시켰다. 이제는 그런 구식 패러다임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민주통합당 체육정책 공약

① 국가 스포츠 전담 부서 설치

② 걸어서 10분 이내에 시설과 지도자 를 만날 수 있는 한국형 스포츠 골든 플랜 실행

③ 유아·노인·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스포츠 복지 강화

④ 체력이 좋은 국민, 보험료 소득공제 확립

⑤ 초·중·고 전 학년 매일 체육수업 실시

⑥ 체육인 복지 증진과 처우 개선

⑦ 엘리트체육 발전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

⑧ 체육시설업 등 스포츠산업 육성, 서민경제·골목경제 활성화

⑨ 개성에 남북합동훈련소 설치, 경평축구 부활, 2016년 리우올림픽 남북단일팀 출전

⑩ 체육단체를 체육인에게, 체육을 국민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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