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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 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의 수재민들이 집단 정착한 영등포구 봉천동 천막촌은 영하 18도의 혹한 속에 한 겹 천막만을 의지, 겨울을 지내야 한다. 지난달 20일께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수재민은 현재 약3천2백 가구 1만6천여 명, 그중 약 2할은 연탄을 살 형편도 못되어 불기 없는 천막 속에서 가마니를 깔고 얼어붙은 추위 속에 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북구에서 이주해온 5백 14가구는 가마니 마저 지급 받지 못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있다.
지난1 5일 만삭의 몸으로 양동에서 철거 되어온 정규남(46) 여인은 그 이튿날인 16일 초저녁에 영하 17도의 길바닥 위에서 딸을 낳았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혼자 손에 당하는 일이라 미처 연탄불마저 피울 수가 없었다. 정 여인의 남편 김석대씨는 일자리를 잃을까봐 계속 양동에 남아 노동 일을 하느라고 17일 아침까지 나타나지도 않고-. 보다못한 이곳 수재민촌 파견 경관 이승우·이인상 두 순경이 미역과 쌀을 사다 첫 국밥을 끓여 준 다음 이웃집 방한간을 얻어 몸을 녹이게 하고 있었다.
이곳 수재민들은 현 8평 짜리 천막에 4가구씩 입주해있으나 당국이 구획을 확실히 결정해 주지 않아 자리다툼과 폭행사태가 잦고 서울시에 대한 불평이 쌓여 『공무원 「배치」를 달고는 나타날 수도 없다」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대개 이곳 구획정리사업에 동원되고 있었으나 얼어붙은 바람에 일은 중단되었고 꼬마들이 주워오는 고물과 넝마로 끼니를 잇고 있다고 말하는 장 모씨는 터를 인정해 주었으면 굴이라도 팔 터인데 그냥 버려 두니 서로 싸움만 한다고 걱정했다.

<영등포구청 사회과장의 말>
아직 정확한 인원이나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시에서 하는 일이다,

<송효 서울시 보사국장의 말>
시에서 6천3백만 원의 예산으로 봉천동 수용천막과 공동우물, 변소, 그리고 도로, 대지를 마련해 주었으나 예산이 없어 그 이상구호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의원기관과 적십자 등에 협조 의뢰, 세계 봉사회에서 석탄 등을 가져와 나눠주고 있다. 이들에 관한 구호는 15일 소집된 구청사회과장회의에서 영등포구에 넘겨졌으니 천막별 인원파악을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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