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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홍일점 물개 물돌이가 유혹 해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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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암컷 남미물개 관악이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긴급투입된 7세 수컷 물돌이. [사진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 330여 종 2600마리가 사는 국내 최대의 서울동물원에서는 올 한 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서울동물원이 지난 1년간 화제가 된 10대 뉴스를 선정해 10일 발표했다.

 1위는 돌고래 제돌이에 대한 방류 결정이다. 지난 4월 구성한 시민위원회의를 통해 제돌이 방류가 결정되면서 동물복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먹이훈련을 받고 있는 제돌이는 내년 4~5월께 제주 바다로 이동해 적응훈련을 거친 뒤 7~8월께 바다로 완전히 돌려보내진다.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악어의 국내 최초 인공부화 성공도 화제였다. 서울동물원은 지난 8월 현존하는 파충류 중 최대 크기(수컷 평균 6m)를 자랑하는 바다악어 새끼 세 마리를 인공부화로 얻는 데 성공했다.

 희귀동물들의 2세 탄생도 이어졌다. 올 들어 황새·두루미 같은 천연기념물 5종 33마리가 서울동물원의 새 식구가 됐다. 국제협약으로 보호받는 동물(CITES) 중에서는 알꼬락꼬리여우원숭이, 사막여우 등 24종 75마리가 탄생했다. CITES1급인 표범은 2009년 이후 3년 만에 번식에 성공했다. 토종여우 암컷 두 마리가 올봄 새끼 여덟 마리를 낳는 경사도 있었다. 한 살배기 시베리아 호랑이인 ‘하니’‘하나’ 자매는 지난 6월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밴쿠버 동물원으로 이민을 떠났다. 근친 교배를 막기 위한 결쌍동물(짝을 맺을 상대 동물)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동물들의 재미난 사랑 얘기도 많았다. 이 중에서도 멸종위기 1급 동물인 흰코뿔소의 합방 스토리가 단연 화제다.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임신이 가능한 1996년생 ‘초미’의 신랑을 찾아주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수컷 ‘만델라’를 들여왔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의 만델라(2000㎏)와 초미(2500㎏)는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 신경전을 6개월간 계속한 끝에 결국 합방에 성공했다. 초미는 임신 기간(16개월)이 끝나는 내년 여름이면 엄마가 된다.

 서울동물원의 홍일점 남미물개 ‘관악이’(13세)는 도도한 태도로 수컷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관악이는 출산 경험이 없다. 동물원은 고민 끝에 치명적 매력으로 뭇 암컷들의 마음을 울려 카사노바라는 별명까지 붙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물돌이’(7세)를 긴급 투입했다. 사육사들은 물돌이가 과연 관악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 짝짓기 시즌인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메리카테이퍼는 코는 코끼리, 눈은 무소, 꼬리는 소, 다리는 호랑이를 닮은 이색 동물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13세의 노처녀 ‘흑두부’가 국내에선 유일했다. 동물원은 흑두부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지난 4월 일본 나고야동물원에서 ‘검은콩’이라는 아홉 살 연하의 수컷을 들여왔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내년에도 인간과 동물이 모두 즐거운 동행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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