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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중동에선 새 문제가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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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적대행위가 펼쳐질 때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짐작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유혈극이 펼쳐지고 양측의 무고한 시민들이 불구가 되고 목숨을 잃는 상황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중동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동의 정치적인 진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옮아갔다. 이 지역의 지배권을 놓고 한편엔 이란이, 반대편엔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에다 이젠 이집트까지 가세해 서로 맞서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이란 중심)와 수니파(이란을 제외한 중동 국가 대부분) 세력 간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면서 중동의 해묵은 갈등은 관심에서 밀리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양 종파의 권력투쟁은 시리아 내전의 핵심적인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시리아 내전 결과는 지역 헤게모니 장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내 모든 주요 관련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알라위파(시아파의 한 분파) 세력은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에 계속 대항하며 나라 전체를 통제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알아사드 정권이 언제 무너질 것인가이다.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이란엔 커다란 패배가 될 것이다. 아랍국가 중 핵심 동맹국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인 레바논 헤즈볼라 세력의 위치를 위태롭게 할 우려도 있다. 동시에 시리아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분파가 앞으로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시각에서 보면 지난 2년간 중동 전역에서 이뤄진 수니파 이슬람 정치세력의 부상은 앞으로 불안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란의 무력화와 쇠퇴는 이스라엘에 전략적 이익을 주겠지만 주변국 전체에 퍼진 수니파 이슬람주의 세력이 하마스 세력을 직접적으로 강화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발전은 이른바 ‘2개 국가 수립안(팔레스타인이 자치정부 영토로 독립국가를 수립해 이스라엘과 공존한다는 중동평화 해법으로 현재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간 협상이 진행 중)’의 종식을 의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물론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도 이 방안에 어떤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은 영토 절충안을 거부했는데,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국가라고 함은 현재 이스라엘 영토 전체를 포함하는 나라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국가의 유엔 옵서버 국가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외교적인 패배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의미할 뿐이며 2개 국가 수립안과는 무관하다. 역설적으로 하마스의 입장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이익과 서로 맞아떨어진다. 왜냐하면 하마스도 2개 국가 수립안에 아무런 정치적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2개 국가 수립안이란 위험이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이다. 중동 미래는 시리아와 더불어 다른 두 가지 이슈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지역 역할을 놓고 (서방 세력과) 대치한 결과다.

 이집트에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현대판 파라오 헌법선언’으로) 사실상 무혈 혁명을 시도한 이래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무르시는 8일 ‘현대판 파라오 헌법선언’을 폐기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할지의 문제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스라엘의 총선이 끝나는 내년 1월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중동은 내년에 별로 조짐이 좋지 않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중동에서는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거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Project Syndicate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