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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소화못된 민주주의 치안제로지대 비율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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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막사이사이 선정」의 일화가 전설처럼 주렁주렁 달린 「필리필」「치안제로 지대」로서 세계에 으뜸이다. 이 나라의 신문들은 매일 여러건의 총살사건을 보도한다. 「호텔」, 상점, 큰 「레스트랑」에는 경찰이 배치됐거나 민간인 경비원이 권총을 차고 버티고 서있다.
사람하나 죽이는 것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라이고보면 각종 수금원들까지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다닌다고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남발된 권총휴대증에 불법휴대까지겹쳐 사소한 언쟁도 이 권총하나로 해결된다. 지방유지나 국회의원들은 수십명씩의 사병을 거느린다. 권력과 재산의 고하는 이 사병의 숫자로 결정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국회의원이 권총안가진 사람없고 최고 50자루를 가진 「선량」까지 등장했다. 「마닐라」의 「바」나 「카바레」의 벽과 천장은 총탄이 뚫고나간 흔적을 군데군데안고 「필리핀」 사람들의 잔인성을 고발한다.
미국서 들여와 잘못 소화된 「과잉민주주의」의 인권옹호사상때문에 살인자는 돈만있으면 보석으로 풀려나와 몇년이고 끌어가는 재판을 심심풀이로 받는다.
사람을 여섯이나 사살한 「필리핀」의 어느 시장아들은 「메르세데스·밴츠」를 타고 법정에 나타났다가 유유히 사라져서 할짓 다하는 판이다.
한국사람이 「마닐라」에 도착하면 「선주자」들로부터 받는 「오리엔테이션」 제1과가 『저녁에 외출을 말고 돈을 몸에 지니지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텔」이 안전한 곳도 아니다.
바로 최근 몇 달동안에 어느 한국인은 「호텔」방에서 2백「달러」를 도둑맞았고 또 한사람은 「레스토랑」서 화장실간사이에 「카메라」를 「실례」당했다. 여수라도 달래겠노라고 거리로 나섰다간 권총가진 사나이들에게 몽땅털린다.
경찰서장이 중국상인을 털고 순경이 여인을 욕보이는 「필리핀」에서는 경찰도 못믿는다. 강도요, 살인이요해도 아무소용없다. 고급「호텔」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잘못타면 골목길로 끌려가 따라온 또하나의 「택시]서 내린 괴한들에게 고스란히 털린다. 운전사는『난들 어떻게하느냐』고 시치미를 떼지만 결국은 모두가 한패다.
18세의 미인 「카르멘·브리오소」양, 「리타·퀴반」(17), 「안토니오·퀴반」(18) 남매의 실종이나 낮잠자다 「입술」을 강도당했다는 「카르메리타」(19)양의 호소같은 것은 「필리핀·사디즘」의 철벽에 메아리조차 못던진다. 지난 11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죽은 사람이 공식 집계된 것만 60여명-국민의 93「퍼센트]가 「가톨릭」인 「필리핀」이라지만 아직도 열사람의 「막사이사이」를 한꺼번에 필요로하고 있는 것만 같다. [「마닐라」=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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