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월 수출」에 찬 물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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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미 원조당국은 월남정부에 대해 한국산 아연도 철판의 수입금지 및 철강재 「클레임]」의 판상조치를 통고하여 국내 각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미측의 느닷없는 「간섭」은 정 총리의 월남방문, 「키」수상의 방한과 잇달아 열린 한·월 경제회담을 고비로 절정을 이루었던 대 월 수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정부가 모처럼 심혈을 기울였던 대 월 수출 계획도 파탄을 일으켜 전면 재조정해야 할 국면에 처했다.
한·월 교역의 급격한 증가 가능성은 사상처음의 전투부대 파견과 아울러 제기된 것이며, 그 만큼 「상호협조」에 바탕을 둔 명분과 실리를 갖춘 것이었기 때문에 미 측의 기습적인 조치로 경제계는 「아연실색」한 표정들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월 양국은 다 같은 수원국이며 따라서 두 나라의 교역증대는 처음부터 미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전제 삼아야만 했다.
대부분의 수입수요를 AID 수입으로 메워온 두 나라의 경제사정은 BA정책을 철저히 내세우는 AID규정에 크게 제약을 받았고 따라서 이 분야에서 미측의 호의적인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한 한·월 교역의 전망은 별반 밝을 수가 없었다.
한·월 교역문제가 한·미·월 삼각 협력체제로 구상, 추진되어 왔다는 사실은 그 점을 명백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부는 66년도에 5천만 불의 대 월 수출을 계획했으며 그 내용은 일반 수출 및 군납 각50%로 나누어진다.
일반수출의 경우, 10월말 현재의 대 월 수출 총액 1천 2백 64만불 중 철강재가1천 24만 불을 차지했으며 철강재 중에서도 아연도 철판이 3백 49만 불에 달했으므로 앞으로도 수출의 대종은 철강재이며 군납분야에서도 「타이어」, 피복 및 식품류 등이 유망한 대상품목으로 「클로스업」되고 있다.
정부는 이점에 착안, 벌써부터 미 측과 BA정책에 의한 대 월 수출 물자의 원자재 구성비율, 선박 사용비율 및 구매지역 제한의 완화를 교섭해 왔고 또 미 측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져 왔다.
대 월 수출 물자의 현행 비 AID지역 원자재 구성비율은 10%, 선박 사용비율은 50%이며 「타이어」 등은 미국 구매로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이러한 원칙이 고수된다면 철강재 수출은 크게 줄어들고 「타이어」군납은 불가능하며 그 밖의 품목도 많은 애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아연도 철판 금수 문제는 지금도 10%비율을 지키고 있다니 교섭여하에 따라선 해결될 수도 있을 법하지만 문제는 미 측이 갑작스레 월남정부에 수입금지를 강력히 통고하고 한·월 양국간에 원만히 타결되어 이미 50%이상을 현지통화로 상환한 철강재 「클레임」사건을 재연시키려는 의도가 어디 있느냐에 귀착된다.
미 측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BA정책의 엄격한 적용을 위한 강경책의 전주라면 정부가 그 동안 집요하게 전개해온 교섭 활동에도 아랑곳없이 한국이 예외 취급을 받을 길은 막혀졌음을 뜻하며 그것은 전투부대 파월로 긴밀해진 한·미·월 관계에 금이 가게하고 경우에 따라선 예상외의 파급 영향마저 유발할 우려가 짙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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