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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월남|그 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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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글은 미「캘리포니아」대학교의「로버트·A·스칼라피노」교수가 최근 동경에 있는 국제회관「인터내셔널·하우스」에서 행한 연설의 요지이다. 「캘리포니아」정치학과장으로 있는「스칼라피노」교수는 월남문제를 꾸준히 연구하여 온 미국의 극동 통인 바 한 시민의 자격으로 월남위기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가하였다. 시사지「아세아 문제연구」의 편집인도 겸하고 있는「스칼라피노」교수는 극동에 관해 여러 가지 썼으며 한국의 군사혁명도 예언, 적중시킨바있다.
본인은 미국정부와 아무런 관련도 없이 순전히 일개 학자의 자격으로 여기 온 것이다. 따라서 자유로이 나의 의견을 피력하려 한다. 나는 근년에 미국에서 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왔다고 생각한다. 미국정부의 정책을 지지한 일보다 반대한 일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우리 정책을 수정하도록 제의한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체로 미국의 대 월남 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 여러 사람은 놀랄 것이다. 그러나 월남정책을 지지한다고 해서 손쉬운 해결책이 있다거나 월남정세가 위태롭지 않고 불안이 가셨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월남문제는 2차 대전이래 미국과 비 공산세계가 당면한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위기를 내포한 문제라고 본다. 또한 월남정세가 불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검으냐 희냐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문제는 다 그런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 정책은 올바른 것 같이 보인다.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 및 중립국들이 월남위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후술하겠거니와 미국의 철수나 전면적 확산은 우리의 현 정책보다 엄청날이 만큼 큰 모험이 따를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인 것이다.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공산주의자들은「민족해방전선」을 월남 인민들의 유일한 합법적인 대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민족해방전선은 인민들의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있는 고유한 민족주의 세력이라는 주장을 거듭 내세우고 있으나 나는 이러한 주장이 거짓된 것이거나 잘못된 것으로 본다. 이른바 월남 민족해방전선은 현재 공산월맹의 공산당의 도구이며 지난날에도 그러하였다. 그자들은 인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인민들의 불만을 교묘히 이용해왔으며 적어도 초기에는 이 전선의 하부조직은 주로 꾐을 받았거나 강제로 끌려나온 월남 농민자제들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핵심분자들은 언제나 외부에서 온 자들이었다. 사실상「베트콩」이란 지난날 공산주의자들에게 북부를 갖다바친 월맹 공산당의 재판에 불과하다.「베트콩」의 본부는 「하노이」인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이 앞장선,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월남 해방운동과 맞서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운동은「하노이」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만일 민족 해방전선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승리이지 비 공산 민족주의자들의 승리는 아닐 것이 아닐 것이다. 월남의 비 공산 민족주의 지도자들이「베트콩」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가장 큰 당면문제의 하나는「사이공」의 정치적 불안정이다.
「사이공」의 정치적 불안정은 중대한 문제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남에 자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분은 불교도들이「하노이」정권을 비판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월남의 유력한 불교도들의 다수는 아직도「베트콩」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미군을 철수시키고 모종의 국제적 보장을 얻을 수 있는 참으로 중립 주의적인 해결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공산월맹으로 하여금 비타협적으로 나오게 하고 협상이나 협상할 의사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공산 월맹폭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견해는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소련은 월남문제에 관심을 다시 기울이려 그 노력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의 폭격이 소련으로 하여금 공산월맹에 다시 발을 붙이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말하리라.「공산주의자들이 전 월남을 장악하도록 우리가 허용한다면 호지명은 제2의「티토」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장기적인 대 중공 봉쇄에 대체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는 이와 같은 주장에 크게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세아의 공산주의는 민족주의 운동을 장악,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만 성공했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는 공산운동은 모두가 민족주의적인 것이다. 대체「스탈린」이나 모택동보다 더 충실한 민족주의자는 누구였단 말인가? 만일 미국이 동남아에서 철수하면 거기에는 세력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월남철수로 오는 중대결과는 평화가 아니라 제3차 대전이 될 것 이라는게 나의 주장이다.
만일 철수한다면 일대 투쟁만이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면적 확전에 흥미를 느끼는 미국인 수는 극히 적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존슨」 미국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우리는 협상을 바라며 평화적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전면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공산월맹정권을 둘러엎으려고도 않는다. 중공과 전쟁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바 있다. 이 말은 그의 견해일 뿐만 아니라 미 국민 절대다수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월남위기에 대한 뽀족한 해결책이라도 있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 문제의 해결은 공산측에 많이 달려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해결 방안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월남민족해방전선을 포함하는 모든 당사자들과 협상하는 것인데 민족해방전선은 공산단체의 일부로 보아야한다. 정당한 해결책의 바탕은 무엇이어야 하느냐? 우리는 국제적으로 보장된 진정한 중립 월남 수립안을 제시한다.
이 제안이 국제협정을 통해 수락되고 「아세아 군」과 같은 어떤 형태의 국제군의 보장을 받는다면 그때에는 미군이 철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월남공화국은 공산주의 밑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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