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학교 당국의 아쉬운 이성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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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여름의 소위 「한·일 협정 비준 파동」이래 정부 대 학원, 학교 당국자 대 학생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불신과 대립의 풍조는 아직도 그 여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학원 정상화를 위한 대 정부 건의안이 정부 당국자에 의하여 일임하라는 답변만으로 계속 냉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생각되거니와, 또 최근에 이르러 정부 및 학교 당국자가 그 감독 하에 있는 학원과 학생에 대해서 취한 일련의 조치는 과연 이것이 민주 국가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정부 대 학원 또는 학교 당국자 대 학생과의 관계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이다.
그 두드러진 최근의 실례로서는 작보된 바와 같이 국방부 당국자가 해양 대학에 대한 ROTC 설치인가를 취소한 조치와, 또 고려대 당국자가 동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정지케 한 조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선박 직원법 시행령 중 해기원 국가 고시에 관한 규정의 개정에 항의하기 위하여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기한부 동맹 휴학에 들어간 해양 대학생들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로서 정부 당국자가 우리 나라 예비 사관 양성 제도의 하나로서 전국의 4년제 정규 대학 과정에 전반적으로 실시하고있는 ROTC 제도를 이 대학에 대해서만 폐지하겠다는 것이며, 또 후자는 앞서 구속 학생의 석방 및 퇴직 교수의 복직 등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박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전반적인 학생회 활동 일절를 금년 말 까지 정지시키겠다는 학사 당국자의 조치인 젓이다.
지난 18일 각의가 전기한 선박 직원법 중 해기원 국가 고시에 관한 시행령 규정의 개정을 의결하게 된 것은 그 제안 설명에 나타나 있듯이 순전히 「해군함정 승선 경력자」에 대해서 필기 시험 면제의 특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그 동안 이에 대해서 해양 대학생들과 수산·해양 관계 인사들이 큰 반발을 일으켰던 것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해양 대학생들이 정부의 동법 개정 조치를 가리켜 『해기원 양성 기관이 아닌 해군 출신을 우대함으로써 정통 교육 기관인 해양계·수산계 대학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려는 처사』라고 반발한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므로 설사 그 방법으로서 동맹 휴학을 택한 동 대학생들의 처사에 약간의 과오가 있다손 치더라도 학교 당국자와 정부는 성의를 다하여 그들의 설득에 임했어야 옳았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것을 정부 처사에 대한 반항이라고만 규정하고 더군다나 그 보복으로서 ROTC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이성을 잃은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ROTC 제도는 결코 현 정부나 국방부 당국자가 몇몇 대학생들에게 그 수중에 있는 특권의 일부를 양여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당국자는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고려대학교 학생회 간부들이 행한 이와 같은 공개 서한 발송이 어찌하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해키 어렵거니와, 설사 그러한 행동이 동 교 학칙을 위반 했다하더라도 그들의 활동「전체」를 정지시켜야만 되는 이유를 더구나 알기 힘들다. 왜냐하면 그것은 공연히 대학 당국이 스스로 대학의 생명의 일부이어야 할 학생 자치 활동의 명맥을 하찮은 이유로 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뭏든 우리 나라 정부 당국과 학교 당국은 우선 냉정한 이성을 회복해야 할 정신적 상황하에 놓여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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