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앙갚음 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2일 새벽 4시15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가86 서울적십자병원 건너편 음식점 한성관 (주인 박몽월·42)에서 전종업원 신성호(29)가 평소에 사이가 나빴던 조리사 손인평(37·용산구 후암동41l)씨를 곱창칼로 찔러 죽이고 같은 종업원 2명에게도 칼부림, 중태에 빠뜨린 참극이 벌어졌다.

<범행경위>
이날 범행직후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범인 신은 새벽 4시10분쯤 옆방에서 자고있는 주방장 손씨와 담판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간방에서 방 열쇠를 가지고 자는 주인의 이질 홍승원(35)씨에게 "손씨와 말 좀 해야겠는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겠다"면서 자물쇠와 열쇠를 요구, 홍씨가 이를 거절하자 미리 주방에서 가지고 나왔던 도끼로 홍씨의 뒷머리를 힘껏 두 번 내리쳐 정신을 잃게 한 후 열쇠를 뺏으려했다.
이때 조용하던 집안이 갑자기 비명이 울리고 시끄러워지자 그 옆방에서 자고있던 주인의 친조카 박용신(31)씨가 뛰어나오는 것을 본 신은 다시 주방으로 뛰어가 곱창칼과 식도를 가지고 자기를 향해 쫓아오는 박씨의 왼쪽가슴을 찌르고, 이 소란통에 잠을 깨어 "불이야!"라고 소리치고 있는 주방장 손씨의 왼쪽가슴을 계속 찔러 그 자리에서 절명케 한 것이다.

<범행동기>
16살때 서울K중학교 2년을 중태한 신은 18세때 대한청년단 특근대에 근무, 그때 약간 귀가 먹었다. 6·25동란때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된 신은 그때부터 [콤플렉스]를 느껴오다 24살때 한성관 종업원으로 근무, 한달수입 6천원으로 만족하지 못한 처지에 주방장 손씨와 사이가 나빠졌다. 신은 고기 때문에 주방장과 자주 다퉜다.
그런 사이에도 종업원으로 있는 조모(20)양을 좋아하게 됐으나 같은 종업원 박모군과 삼각관계에 빠진 후부터 자연히 [사보타지]가 늘어나고 월급을 가불해서 밖으로 나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주인은 8일전 범인 신을 해고해 버렸다.
갈데 올데 없던 신은 평소에 빚진 돈 1만원을 갚아달라는 채권자의 독촉이 잦아지자 지난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무허가 하숙집에서 한성관 주인 박씨와 그가 좋아했던 조양에게 보내는 2통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 죽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그 이튿날 할 수없이 한성관으로 다시 돌아가 잠을 청하게 됐다.
이때 피곤해진 신은 주방장 손씨와 중태에 빠진 홍, 박 2명으로부터 "죽으려면 약을 많이 먹지 왜, 연극을 꾸미느냐?"고 놀림을 받고 충격, 이날 새벽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다섯식구의 가장 죽은 손씨>
주방장 손씨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411(10통11반) 신옥순(56·여)씨 집에 방 한칸을 3만원에 전세 들어 부인 김숙이 (32) 씨와 장남 동원(11) 장녀 정희(9) 차녀 정옥(7) 차남 설원 (5)군 등 모두 5명이 남아왔다.
한편 경찰은 신을 살인 및 살인미수혐의로 긴급구속하고 범행에 쓴 도끼와 칼을 압수했다.
중태에 빠진 홍, 박 양씨는 12일 상오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응급가료 중이나 생명이 위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