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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에 또 … 화순군수 낙마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최근 10여 년간 군수 3명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중도 하차한 전남 화순군에서 현 군수가 또다시 낙마 위기에 놓였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석우)는 4일 업자에게 거액을 받은 혐의로 홍이식 화순군수에 대해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군수직을 상실한다. 홍 군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6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홍 군수는 지난해 4월 27일 치러진 화순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관내 건설자재 업자로부터 2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당선된 이후 해외여행 경비 500만원과 비싼 양주 2병 등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건설자재 업자는 “선거 전후에 홍 군수에게 선거자금과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3500만원 상당을 건넸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이 업자는 또 “신문사를 만들어 군정을 홍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1억8000만원 상당을 썼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홍 군수는 “관내의 한 업자가 선거 때 지출한 수천만원을 반환하라는 황당한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자신이 만든 인터넷 신문을 통해 모함하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홍 군수와 참고인 등을 조사한 결과,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홍 군수는 지난달 17일 공무원체육대회 때 많은 공무원이 자리를 뜬 것을 꾸짖으며 관계 공무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해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 20일 늦은 밤에 광주의 한 커피숍에서 군청의 여자 직원을 만나 구설에 올랐다.

  화순군에서는 2002년 이후 부부와 형제가 군수를 지내고 이 중 3명이 중도 사퇴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임호경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잃자 재선거에 그의 부인이 출마해 당선했다. 2006년 선거에서 당선한 전형준 군수가 당비 대납 등 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자진 사퇴한 뒤 실시한 보궐선거에서는 동생인 전완준씨가 나와 당선됐다. 그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전완준 전 군수의 후임을 뽑는 재선거에서 홍이식 현 군수가 당선됐으나 취임 1년7개월 만에 구속 위기에 처했다. 한 화순 군민은 “언제까지 화순이 ‘사고 지역’이란 오명을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전남 화순군에 무슨 일이

2002년 6월 임호경 군수 당선

2004년 1월 임호경 군수,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 상실

2004년 6월 임호경 전 군수 아내 이영남 군수 당선

2006년 5월 이영남 전 군수, 전형준 군수에게 패해 재선 실패

2006년 6월 전형준 군수, 취임 한 달 만에 선거법 위반 낙마

2006년 10월 전형준 전 군수의 동생 전완준 군수 당선

2010년 6월 전완준 군수 재선 성공

2011년 2월 전완준 군수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

2011년 4월 홍이식 군수 당선

2012년 12월 4일 홍 군수 사전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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