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유망주리포트 [49] - 호세 레이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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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를 선택할 때, '툴-레이팅 시스템(Tool-Rating System)을 적용한다. 야수의 경우 '파이브 툴(Five Tool)'을 보유한 유망주는 더말할 나위 없는 1순위 대상.

여기서, 파이브 툴은 타격, 파워, 스피드, 수비(Fielding Skill), 그리고 송구 능력으로 구성된다. 이 외에 부수적으로 스카우트가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는 항목은 선구안, 팀 공헌도, 그리고 온화한 성품등을 꼽을 수 있다.

만약, 파이브 툴을 가진 야수의 포지션이 유격수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게다가 그러한 선수가 양 타석을 번갈아 들어서는 리드오프(Lead-Off)의 자질마저 갖추고 있다면, 40홈런의 슬러거가 전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파이브 툴을 보유한 유격수 포지션의 리드오프(Lead-Off) 스위치 히터를 보유한 팀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행운을 가진 팀임에 틀림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003년의 뉴욕 메츠의 행운은 예사롭지 않다.

작년 시즌까지 메츠의 주전 유격수는 레이 오도네즈. 하지만 지난 여름 메츠팬들을 '바보'라고 비난하는 바람에 결국 탬파베이로 짐보따리를 꾸리고 말았다. 메츠가 오도네즈를 이처럼 과감하게 방출한 배경에는 도미니카 출신의 10대 소년, 호세 레이예스(19)가 있었다.

레이예스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파이브 툴을 보유한 루키다. 게다가 카리브해 출신의 여느 선수와는 달리, 모범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소녀의 마음을 녹여버릴 '살인 미소'까지 보유한 메츠 최고의 블루칩.

뉴욕 메츠의 전임 감독인 바비 발렌타인은 "레이예스는 내가 보아온 선수들 중에서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은 선수다."라고 말했으며,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루 피넬라 감독이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레이예스를 메츠로부터 얻을려고 노력했을지만 거절당했을 정도다.

그는 1983년 6월 11일, 도미니카의 수도인 산토도밍고로부터 120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 팔마 아리바에서 태어났다. 그가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된 나이는 12살 무렵, 우유상자를 찢어서 글러브로, 오렌지를 야구공으로 삼을 정도로 몹시 궁핍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16살 되던 해, 메츠의 스카우트 에디 톨레도가 그를 보고난 후, 단 10분 만에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그는 수비 범위, 스피드, 동물적 감각,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카리스마까지 특별한 것들을 두루 갖추었다. 하지만, 레이예스 본인은 정작 야구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하는 소년에 불과했다.

그는 메츠 산하 루키팀 킹스포츠에 입단하면서 야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열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게 지난 2002년은 무척이나 바쁜 한 해 였다. 메츠 산하 싱글A 세인트 루시에서 시작한 그는 시즌 도중 더블A 빙햄턴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싱글A 세인트 루시에서 타율 .288, 더블A 빙햄턴에서는 타율 .287, 27도루, 19개의 3루타, 26개의 2루타를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주루 능력(도미니칸 리그에서는 45게임에서 21개의 도루를 기록)을 선보여 '올해의 마이너리거'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으며 퓨쳐스 게임에 출장, 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의 수비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의 수준에 올라있다고 말 할 정도로 가벼운 풋웍을 바탕으로 한 폭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를 보유하고 있으며 19개의 3루타에서 알 수 있듯, 폭발적인 베이스러닝을 보인다는 점.

하지만, 그의 단점은 19세의 어린 나이로 인해 타격의 파괴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점.

같은 도미니카 출신의 2002시즌 아메리칸리그 MVP, 미겔 태하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같은 파워는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며 더블A 빙햄턴으로 승격된 후, 출루율이 .353에서 .331로 떨어져, 타석에서의 '기다림의 미학'을 습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한편, 혹자는 시기적으로 레이예스의 빅리그 승격이 성급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19세에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처럼 '제 2의 A-로드'를 메츠가 꿈꾸겠지만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도 빅리거가 되기 전, 트리플A 콜롬버스에서 158경기나 치렀다는 점은 레이예스의 잰 발걸음에 신중함을 더해야 할 이유다.

메츠는 일단 레이예스를 트리플A 노포우크에서 2003시즌을 시작한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레이 산체스를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빅리거에 화려하게 데뷔시킨다는 청사진을 그려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이예스는 지금까지 그의 앞에 펼쳐진 팀내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남들이 갖지 못하는 그의 탁월한 기량 만큼이나 특별한 행운을 가진 선수임에 틀림없다. 현재 메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그를 위해서 끼워 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올 여름 무렵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 대열에 이름을 등재시킨 그를 상상해 보는 것도 '파이브 툴'을 소유한 천부적인 재질과 성실함을 통해 비춰볼 때, 그리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레이예스가 '리드오프만의 트리플 크라운'(출루율, 득점, 도루)을 차지하게 될지, 아니면 뉴욕 자이언츠의 조지 번스가 1919년에 달성한 후, 단 한 차례도 접근을 불허한 난공불락의 타이틀, '진정한 리드오프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을 차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수 소개]

호세 레이예스(Jose Reyes)

소속팀 : 뉴욕 메츠(산하 더블A 빙햄턴)
생년월일 : 1983년 6월 11일 생.
출생지 : 팔마 아리바, 도미니카 공화국.
신체조건 : 186cm / 81kg
포지션 : 유격수, 우투 양타
주요 수상경력 : 2002 퓨쳐스 게임 MVP, 2002 올해의 마이너리거(메츠 선정)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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