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나라 「프랑스」뒤흔든 롤랑 필화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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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화 『바람둥이「카로리나」』의 원작가 「세실·산롤랑」이란 별명으로 널리 문명을 떨친「프랑스」극우작가「잭·롤랑」(46)이 「드 골」「프랑스」대통령을 모욕하는 글을 썼다하여 최근 불경죄로 기소되어 자유 만능의 나라 「프랑스」에 선풍 같은 화제를 모으고있다. 「드·골」을 신주처럼 떠받드는 「노벨」수상작가 「프랑솨·모리익」(80)노인의 저서 「드·골」을 돼먹지 않은 잠꼬대라고 꼬집었으니 「나폴레옹」황제에 버금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드·골」의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 검찰이 그를 그냥 둘 리 만무.『「드·골」을 받드는 「모리악」』이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을 비판한 글 중에 서른 두 군데가 1881년의 대통령모욕죄에 걸린다는 어마어마한 대죄(?)로 걸려든 「롤랑」의 재판에는 「슬픔이여 안녕」의 작가 「프랑솨·사강」양을 비롯하여 「모리악」의 「드·골」을 출판한 출판사장 「그라세」, 세 명의 대통령후보가 피고측 증인 속에 끼여있어 보기 드문 호화찬란한 재판광경이 벌어졌다.
시대착오의 냄새가 뭉실나는 약 l백년전의 법률인 대통령 모욕죄가 「누드·쇼」가 판치는 「파리」를 활보한다는 것은 기상천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나 이 법이 화경같이 살아있으니 자유주의자 「롤랑」에게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수 없었다. 증인으로 나온 「사강」양의 증언내용이 재판에 못지 않게 또한 걸작. 『자유는 중요한 것입니다. 나는 「롤랑」의 책을 일독하였으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에게 벌을 주는 것은 불가합니다』라는게 그녀의 증언요지. 기소내용이 대통령 불경죄인데 엉뚱하게 미풍양속을 들고 나오는 「사강」양은 「롤랑」의 저서를 읽어봤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3백 1호째로 기소된 「롤랑」은 그의 저서에서 「모리악」에게 『「드·골」은 내전(비시정권과의 투쟁이란 뜻)을 통해 군인으로서 입신하겠다는 꿈을 실현했다. 「드·골」을 「잔·다르크」에 견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전시중의 「드·골」의 목적은 독·이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비시」정권과의 싸움이다』라고 대들어 이 필화사건의 불씨를 터뜨렸다. 판결내용은 거물급증인들의 유리한 증언도 아랑곳없이 벌금 6천「프랑」, 저서의 일부 삭제로 매듭을 지었다. 자의 옹호라는 22명의 유명문인의 서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아야할지? 한편 「롤랑」의 이「베스트·셀러」의 발췌문을 실은 덕분에 주간지 「미뉘트」의 편집장 「드베이」는 지난 22일 2천「프랑」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미뉘트」지는 작년 말에도 「드·골」을 비웃는 「몽타지」사진을 실어 혼이 났다. 바야흐로 붓 조심의 공포가 「파리」를 짓누르고 있는 감이 짙다. 【「파리」에서 장덕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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