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식장 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일 있을 혼인식 고지서 두 장을 한꺼번에 받고 또 서글퍼진다. 산업이라고 해서 공장과 기계시설을 갖추고 노동자를 고용해서되는 것만은 아니다. 가령 「투어리스트·인더스트리」라는 것이 있다. 중공업을 어떻게 하고,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하는 수다를 떨지 않고도단지, 외국서 찾아 드는 관광객을 뜯어서 국고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스트래트퍼드·온·에이번」이라는 도시는 순전히 사옹의 유덕이 긁어들이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정도의 면적을 가진, 「유럽」의 한 소국은 우표를 팔아서 높은 생활수준을 확보하고 있으나 그 나라의 주요 산업은 「스탬프·인더스트리」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한국은「워커힐」과 지난 수년 동안의 정부의 끈덕진 시책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에 그다지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 반면, 연중무휴로 성황을 이루고 이젠 저조한 관광산업을 측면으로 도울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른 예식장 산업이 있다.
국내 연극인들의 열망과 내외인 들의 성금으로 이루어졌던 남산의「드라머·센터」가 발족해서 1년을 넘기기가 무섭게 식당 업을 시작했고, 급기야는 예식장 간판을 내 걸었을 때 한국에서의 예식산업의 무서운 위세와 창창한 장래를 엿볼 수 있었다.
예식장이 식장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혼례와 관련 있는 일체의「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서 장의사 못지 않게 편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 이젠 서울의 예식장이 오히려 부족해서 온양쯤에까지 예식장을 구해서 헤매야 하게 되었고, 예식장마다 에선 하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어찌해서 이토록 흥겹고 번창하는 산업에 정부가 투자하지 않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의 예식장산업에는 몇 가지 흠이다. 그것이 가족계획사업의 취지와 상치한다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예식장산업이 번창하는데 따라서 우리의 풍습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허식·허례가 덩달아 번창하는 것.
영업 예식장이 아니라 신부집의 대청마루나 앞마당이 예식장이 되어, 예식장산업이 가내수공업으로 후진하지 않는 한, 백년해로도 수부귀다남자도 무가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