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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무교육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8일에 개최되었던 서울 시내 공·사립 국민학교 1백20여명의 교장회의에서는 교원의 기강확립을 다짐하는 시 교위측의 경고와 학구제의 엄수 등 교육 정상화를 내건 일선교장들의 반발로 심각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교육위원회 측의 시달내용은 구체적인 실례를 뒷받침으로 하여 특별회비,「프린트」비, 부 독본 비, 모의 출제 등에 얽힌 이른바 잡부금의 금지를 그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교육세제와 양성적인 사친회비 제가 폐지된 이래 국민학교 운영의 정화나 정상화와는 달리 소위 자모회를 매개로 한 갖가지의 잡부금과 음성적인 학부형의 부담은 날로 누증일로를 걸어 왔다는 것은 공지되어 있는바와 같다.
교육시설의 절대적인 부족이나 노후 교실의 상대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설확충이나 그 보수에 소요되는 국가재원이 모자란 탓으로 해마다 증가되고 있는 취학 아동 수를 예측에 넣을 때 이 나라 의무교육제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공론이 되어 있다.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지출의 비중이나 그 연차별의 증가율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충실한 의무교육제도의 실현이란 당분간은 기대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교장들과 건의로 알려진 학구제의 엄수 같은 부분적인 조정만으로써는 해결 지을 수 없는 기본적인 애로에 부닥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에는 막대한 학부형 부담으로 거의 귀족화한 사립학교가 있는가 하면 일반 공립학교는 뚜렷하지 못한 잡부금 수입으로 학교 운영비와 교원대우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으며 교과 과정과 수업시간이 학구와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하여 과언이 아닌 실정에 놓여있다.
이와 같은 학교운영의 실태는 아동이나 학부형에 대한 교사로서의 권위를 실추케 하였고 교육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땅에 떨어지게 하였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른 지금 의무교육제도에 대한 물심양면의 광구책이 강구되지 못한다면 자라나는 새 세대교육에 일대암영을 더욱더 가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종전에 사친회와 교육세에 대해서는 그것이 의무교육제의 본시에 어긋난다는 일반여론의 비판이 있었고 급기야는 그것을 폐지하고 말았었다. 의무교육 연한을 단축할 수가 없고 국정부담의 충실을 가까운 앞날에 기대하기가 어렵다면 의무교육비의 염출에 관한 새로운 방안이 안출되지 않으면 안된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또 다시 잡부금의 양성화 논의가 대두되고있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별·학구별의 차등을 확대시키는 결과가 될 위험성이 있을뿐더러 의무교육비의 국가부담이란 원칙에도 어긋나는 방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교육세의 신설논의도 있는 것 같다. 종전에 교육세에 대한 일반여론의 비판의 요점은 교육세수가 딴 용도에 쓰여진다는데 있었다. 그러므로 독립세목으로 교육세를 부활시킨다고 하더라도 특별 회계 식의 수지관리의 철저를 기할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이것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타개방향의 여하를, 막론하고 의무교육이 한국적 여건에서 실질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방안을 화급하게 모색하여야 할 시기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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