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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과격한 자유' 그것이 목마르다

중앙일보

입력

"아오야마(靑山) 학원 신학교라면 '자유' 가 연상된다. 학생이고 선생이고 간에 개인 자유, 학문 자유, 사상 자유 모두가 자유의 분위기다. 물속의 고기같이 자유 속에 살았던 것이다. " 장공(長空) 김재준의 자서전 『범용기(凡庸記) 』 (풀빛, 1983) 에 나오는 기억해둘 만한 기록이다.

그때가 1920년대 중후반이다. 군국주의 일본은 당시 비록 일부나마 이 정도의 학문의 자유를 허용했다.

『김재준 평전』을 쓴 김경재 교수도 이 대목을 인용하며 아오야마의 "과격하리만치 자유로운 분위기" 에서 장공이 지적 성장을 했다고 밝힌다.

김경재 교수.김진호 목사 사이의 대담 (43면 책이 있는 토크쇼) 역시 '과격에 가까운 자유로움' 속에 이뤄졌다.

그 때문에 의례적 자리를 넘어 보기드문 생산적 담론으로 연결됐다. 촉망받는 민중신학자인 김목사 자체가 '과격하리만치 자유로운' 사람.

그는 평소에 이런 말까지 한다.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라면 교회의 문을 닫는 것 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 사회의 정의를 말할 때 '교회의 이익' 을 별도항목으로 챙기는 건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목회자로선 놀라운 발언이다.

그런 김목사가 근현대사에서 개신교가 끼친 해악적 역할을 언급하며, 개신교의 참담한 자기반성을 촉구한 것도 주목거리다. 그가 말한 해악은 '은유' 가 아니다. 즉 해악에는 '적극적인 해악행위' 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 『손님』(창작과 비평사) 은 6.25때 황해도 신천에서 이뤄진 양민학살이 바로 기독교인들에 의한 것임을 물으며, 이 토대 위에서 새로운 화해를 모색한다.

어쨌든 호교론(護敎論) 과 멀찍이 거리를 둔 이런 목소리와 문학작품의 등장은 시대변화의 새 징후로 해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장공이라는 거인의 후광 때문이기도 하다. 장공을 얘기 하는 후학(後學) 들 역시 보기드문 탄력성을 얻는 것이다.

그런 김목사가 대담에서 자신의 학생시절 경험담을 밝힌 것도 기억해둘 만하다.

그가 대학원을 다녔던 수유리 한신대의 교문 입구에 '학문과 경건' 이라는 글이 있었다. 교권(敎權) 으로부터 자유로운 신학연구의 분위기를 학교가 보장해준 것이다.

안병무 선생 등 '별들의 시대' 가 간 지금 신학연구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그 학교뿐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자유와 창의성 대신 억압의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모난 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마음 단속' 을 하는 자기검열, 혹은 비(非) 자유의 메카니즘이 내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김경재 교수는 '화살촉론' 을 펼치며 김목사를 옹호했다. 세상변화를 화살로 비유한다면, 바람을 가르는 화살촉 역할을 젊은 세대에서 맡아달라는 주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교수가 화두 하나를 던졌다. 자신이 장차 풀 숙제의 하나가 해방 직후 장공이 쓴 정치신학 논문이라는 것, 기독교 건국론으로 쓴 이 논문에는 진보적 요소가 생각 이상으로 많아 한국신학의 앞날에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것이다.

대담의 뒷얘기를 '별도의 칼럼' 으로 음미해본 것도 그런 성과에 대한 되새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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