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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文부인에 "미남과 결혼하려면?" 묻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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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어제 진천 전통시장에서 산 콩나물ㆍ굴을 넣어 국을 끓였어요. 남편도 국이 시원하다며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갔어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59)씨가 1일 아침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직접 끓인 콩나물굴국 ‘인증샷’도 올렸다. 이어 “굴국을 끓일 때 마늘 대신 생강을 넣으면 굴 향이 살고 비린내가 없어진다”는 도움말도 실었다.

#장면 2 지난달 29일 인천대 복지회관 구내식당.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정숙씨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TV 화면에 문 후보의 남해안 유세 모습이 나오자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표정이 환해졌다는 말에 그는 “내 짝지니까”라며 웃었다. 그런 뒤 “(대학 시절) 둘이 커피 값 아낀다고 버스 타고 이야기하다가 매번 내릴 곳을 놓쳐 종점까지 갔었다”고 연애담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겐 “(인천대는) 캠퍼스가 넓어서 다니기는 힘들어도 데이트할 곳은 많아 좋겠네. 그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는 김씨의 내조 행보에 불이 붙었다. 문 후보와 동행하는 조용한 내조가 아니다. 매일 평균 6~7개의 ‘나 홀로 지방 행보’가 많다. 과거 대선에서 후보 부인들이 남편의 그림자에 머물렀다면 김씨는 남편의 분신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지난 9월 자신의 책인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 북콘서트에서 공세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김씨는 “세상은 이제 뒤에 있는 여성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남편 뒤에 다소곳하게만 있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남편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상 투지가 생긴다”는 발언도 했다.

김씨의 무기는 밝고 소탈한 성격이다. 현장에서 그의 붙임성은 빛을 발한다. “안녕하세요, 문재인 안사람입니다”라며 먼저 다가서는 경우가 많다. 악수를 마다하는 행인에겐 “아유 어르신, 저 좀 봐주세요”라며 팔짱을 낀다. 29일 인천 모래내 시장에서 바지락을 까던 할머니가 “비린내 나서 안 된다”며 자리를 피하자 굴이며 고등어가 오밀조밀 놓인 좌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인사를 건넸다. 이를 바라보던 인천 시민 전순옥(54)씨가 “시집을 잘 간 게 아니라 (문 후보가) 장가를 잘 들었네”라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현장에서 드러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유쾌한 정숙씨’로 출발한 별명은 귀엽고 애교가 넘친다는 ‘귀요미’, 긍정적 성격이란 ‘긍정숙’으로 발전하고 있다. 귀요미는 엉뚱함에서 나왔다. 자신의 생일날 트위터에 “오늘 일정 때문에 늦더라도 집에서 포도주 한잔해야죠. 근데 남편이 진짜 한 잔만 하자고 하면 어쩌죠?”라고 올렸다. 배우 강동원ㆍ현빈의 제대를 환영한다는 식의 트윗도 심심치 않게 날린다.

김씨의 차별화 포인트는 엄마ㆍ주부의 모습이다. 시장을 돌며 산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해서 인증샷을 올린다. 트위터 팔로어들과의 모임에선 직접 만든 파프리카 피클을 선물했다. 시장에서 어묵을 먹으며 “이 간장 맛있네요. 어디 거예요?”라고 물어보다가 문 후보가 좋아하는 밤ㆍ대추ㆍ진미채를 챙긴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면 장 본 짐이 너무 많아 선반에 넣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가 많다.

남편 뒷담화는 김씨가 호감을 사는 또 다른 무기다. 그는 한 케이블 TV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립합창단 시절) 퇴근 후 집에 가니 남편이 아무것도 안 하고 내가 밥해주길 기다리고 있더라.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잠깐만 와보라고 해서 갔더니 재떨이를 갖다 달라고 해서 폭발했다”는 부부 싸움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달 12일 경북대 토크 콘서트에서 한 대학생이 “어떻게 하면 문 후보처럼 잘생긴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문 후보가 지금은 멋있지만 예전엔 못생기고 촌스러웠다”고 답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문 후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순간이다.

문 후보 역시 김씨의 존재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달 21일 안철수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TV 토론에서 군대 시절 질문을 받자 문 후보는 김씨가 면회 때 들고 온 안개꽃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은 경희대 동문 커플이다. 문 후보가 법대 3학년, 김씨가 음대 성악과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1974년 유신 반대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후보의 얼굴을 김씨가 물수건으로 닦아줬다. 김씨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새하얀 안개꽃을 보고 달랬으면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공식 선거 일정 첫날인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 후보의 서울집중유세 때도 김씨는 남편에게 안개꽃을 선물했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엔 연달아 구설에 올랐다. 문 후보 TV 광고에 나온 의자가 7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임스 라운지 체어’란 논란이 일고, 2004년엔 서울 종로구 빌라를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직접 트위터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소파를 아는 분이 땡처리로 싸게 샀고 나중에 제가 50만원에 산 중고”라며 “이런 것까지 다 밝혀야 하니 눈물이 납니다”라고 감성 접근을 시도했지만 서민 후보의 이미지는 상처를 입었다. 다운계약서에 대해선 캠프에서 사과를 해야 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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