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극장가]3천년만에 부활한 공포의 악령 '벨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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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화제작 '무사'가 개봉했고 다음 주부터는 추석 연휴를 앞둔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막을 올린다.

그럼 이번주엔? 그렇다. 고래들의 싸움 사이, 틈새를 노린 '덜 알려진' 작품들이 스크린에 걸린다. 화제작은 없지만 어느때 보다 많고 다양한 개성의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3천년만에 부활한 이집트 악령을 다룬 '벨파고'는 소피 마르소의 팬들에게 반가울 영화. 막 가까워지기 시작한 연인이라면 홍콩 멜로물 '소친친'으로 확실한 사랑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이 호흡을 맞춘 '닥터 두리틀2'의 기상천외한 웃음도 놓치기 아깝다.

벨파고(Belphegor)

감독 : 장 폴 살로메
주연 : 소피 마르소, 프레데릭 디팡달

여전히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고대 악령에 얽힌 동명의 1960년대 인기 TV드라마를 영화화했다. 영화 '택시'로 얼굴을 알린 프레데릭 디팡달이 상대역으로 나온다. 자국 프랑스내에선 개봉 첫주 1위를 시작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역사학자들은 창고 속에 보관되어 있던 이름 모를 석관의 연구에 착수하고, 관을 열어 미이라를 꺼내는 순간 3천년간 잠들어있던 이집트의 악령 벨파고를 함께 부활시킨다.

한편, 루브르 주변에서 살고있는 평범한 파리지앤느 리사(소피 마르소)는 호기심에 공사 중인 통로를 따라 아무도 없는 밤의 박물관에 들어가고, 마침 그 안을 배회중인 벨파고의 숙주가 되고만다.

이후 리사는 벨파고의 가면을 쓰고 매일 밤 박물관을 배회하며 악몽을 현실로 바꾸어 버리는 피의 의식을 벌이고, 리사를 사랑하게된 전기공 마틴(프레데릭 디팡달)은 그녀를 비밀의 의식에서 구해내기 위한 목숨을 건 모험을 펼친다.

영화로는 처음으로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공포영화로서 스릴러의 강도는 턱없이 부족한 편. 스릴러 마니아 보다는 소피 마르소의 팬에게 더 적합할 영화다.

소친친(小親親)

감독 : 시중원(奚仲文)
주연 : 궈푸청(郭富城) 천후이린(陳慧林)

'친니친니'로 비평과 흥행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던 시중원 감독과 궈푸청, 천후이린 콤비가 다시 만든 멜로물. 이번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두 남녀의 사랑 만들기를 담백한 일상 속에 담아냈다.

첫 사랑에게 선물했던 낡은 LP판을 골동품 상에서 발견한 칼럼니스트 루나(천후이린). 하지만 그 판은 이미 LP음악 전문프로 DJ인 쯩영(궈푸청)이 한 발 앞서 예약한 상태다. 사정을 말하고 양보를 구하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결국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는 견원지간이 된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했던가. 사랑과 일을 모두 잃게 된 루나에게 연민을 느낀 쯩영은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만, 어느새 루나의 곁엔 첫 사랑이 돌아와있고 따뜻해지기 시작한 둘의 인연은 도무지 맺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 배우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헝클어진 머리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의 천후이린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홍콩의 구석구석을 훑어낸 아름다운 풍광, 중요한 대목마다 흐르는 냇 킹콜, 에디트 피아프의 올드 팝은 객석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사랑의 묘약' 처럼, 다가서지 못하는 남녀를 가을의 연인으로 묶어줄 영화다.

'닥터 두리틀2'

감독 : 스티브 카
주연 : 에디 머피, 스티브 윌슨

'너티 프로세서2', 만화영화 '슈렉'의 당나귀의 목소리 연기로 여전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에디머피의 새 영화.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의사가 위기의 동물들을 위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담았다.

1편의 활약에 이어 이번엔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두리틀 가족. 하지만 그곳의 동물들도 전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두리틀(에디 머피)을 그냥 놔둘리가 없다.

목재상들의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보금자리를 잃게 된 동물들의 사정을 알게 된 두리틀은 숲 구하기에 나선다. 방법은 한 가지. 멸종 위기의 암컷 곰의 짝을 찾아 숲에서 보금자리를 꾸미게 해주는 것.

두 곰의 사랑 싸움은 웬만한 로맨틱 코미디 수준 이상으로 재미있다. '비버리힐스 캅' 이후 에디 머피의 전매특허가 된 걸출한 입담과 코믹 액션, 실사와 다양한 첨단기법을 동원해 만들어낸 동물들의 연기도 압권이다.

그 밖의 영화들

'포스 엔젤(The Fourth Angel)'은 '다이 하드' 시리즈의 잔혹한 테러리스트 제레미 아이언스가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 형사로 역할을 바꾼 영화. 항공기 납치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형사 잭은 무혐의로 풀려난 테러리스트들의 배후에 숨은 거대한 음모를 감지하고 직접 수사에 나선다.

'저스트 비지팅(Just Visiting)'은 현대의 시카고에 나타난 한 중세기사의 좌충우돌 황당사건을 다룬 영화. 프랑스에서 크게 성공했던 1993년작 '비지터'를 할리우드 입맛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레옹'의 고독한 킬러 장 르노가 온 몸을 던져 보여주는 코미디와 현란한 특수효과가 볼거리.

금주의 개봉작 상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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