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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유죄…알고도 죽는다|죽음의 "복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후방을 통해서 부대가 주문하고 있었던 철조망 주변에는 잘못 만졌다가는 폭팔, 생명을 빼앗기는 죽음의 복병들이 많이 있다. 고철수집하는 사람들이나 특히 어린이들은 이 무서운 죽음의 씨를 주워다가 함부로 만져서 폭발, 그 장본인은 말할 것 없고 옆에서 구경 또는 영문도 모르는 이웃 사람들에게까지 집단적인 참변을 당하게 했는데, 온 국민은 누구나 할 것이 없이 폭발물에 대한 무서움을 알고 조심하지 안으면 안된다.
치안국 집계에 의하면 지난 1월부터 9월말까지의 9개월동안 전국 각 지방에서 도합 1백75건의 폭발물사고가 발생, 1백66명이 사망하고 2백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를 사고발생 지역별로 보면 휴전선에 근접한 경기도가 으뜸이고, 그 다음이 강원도의 23건이다.
귀한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리는 이 폭발물의 종류는 포탄사고가 74건으로 가장 많고 지뢰가 27건, 수류탄이 13건,「타이너마이트」12건, 박격포탄 11건의 순으로 돼 있다.
전방의 철조망지대 부근 주민들은 고철수집이 전문직업같이 되어 있어서 21세이상의 성인들이 고철을 수집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태반이라는 사실이 경찰집계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지금도 군인 주둔지구, 사격장 주변에서는 고철수집인들이 부근에 숨어 있다가 사격훈련 하던 군인들이 철수하고 나면 불발탄들을 닥치는 대로 수집, 몰래 가마니나 부대에 싸서 대장간, 고물상들에 판다. 포탄하나를 분해하면 뇌관·신관·화약·고철등을 각각 따로 팔아 평균 2, 3백원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한폭탄 같은 특수포탄의 경우는 신관에 백금이 붙어 있어 제법 큰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분해하려 들다가 이러한 변을 당하게 된다.
치안국의 한 당국자는 잇달은 폭발물사고의 원인을 한마디로『농촌의 빈곤과 무지에 있다』고 단정, 무지한 농민들이 생명을 걸고 포탄들을 고철로 수집하고 있어 이를 막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실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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