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천안함 폭침” 문재인 “침몰 → 폭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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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46명의 젊은 장병이 희생당했는데 그걸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 하면서 재조사 운운하며 북한의 눈치를 보는 사람, 연평도 포격 희생자에게 위로는커녕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북한의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박근혜, 26일 TV토론 ‘국민면접’)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모두 이명박 정부 때 맞이했던 국가적 위기였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자칫 잘못했으면 전쟁 날 뻔하지 않았나.”(문재인, 21일 후보단일화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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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가장 극명하게 입장 차를 보이는 정책 분야는 역시 안보다. 특히 NLL 문제는 일찌감치 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실무추진위원장을 맡았던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놓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박선규 캠프 대변인은 29일 “문 후보가 지난달 28일엔 ‘원세훈 국정원장이 NLL발언에 국한해 공개해야 한다’고 하다가 이달 19일 ‘1급 기밀을 공개한다는 것은 국가안보를 파탄 내는 행동’이라며 공개 반대로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이어 “2007년 9월 14일 국회에서 ‘서해상 충돌을 없애기 위해 정상회담에서 NLL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NLL 의제화 주장에 동조했고, 올해 10월 4일엔 2007년 11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을 사수한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의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며 공개 질타했다”며 “결론적으로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후보는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대화록 공개는 외교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천안함 사건을 두고 21일 단일화 토론 때 ‘침몰’이라고 표현해 박 후보의 공격을 받았던 문 후보는 28일 대전역 유세에선 ‘폭침’으로 표현을 바꿨다.

 NLL에 대한 두 후보의 공약도 차이가 난다. 박근혜 후보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 7대 정책과제의 1번으로 “NLL에 대한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NLL을 수호하면서 10·4 선언에서 합의된 (NLL에서 등거리로) 공동어로구역을 다시 추진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협력을 중단한 5·24조치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문 후보는 후보단일화 TV토론 등에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2009년 8월 방북 때 북쪽(김정일 위원장)이 분명히 재발방지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일단 재개한 뒤 관광객 신변보호를 보장받자”고 했다.

박 후보는 25일 중앙일보 인터뷰 등에서 금강산 관광은 “북한 당국이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재개할 수 있다”는 선(先)재발방지-후(後)재개 원칙을 내세웠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위기 발생 시 가장 단호하고도 체계적인 대응 입장을 보인 인물은 박 후보이고, 위기 예방을 위한 사전 긴장완화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문 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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