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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시간에 팝송·퀴즈 … 공부가 재미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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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력 향상도 우수학교로 선정한 충남 천안시 목천고 학생들이 연말 학교 축제를 앞두고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목천고는 2년 연속 국어·수학·영어 과목 성적이 오른 상위 20곳에 꼽혔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천안시 목천읍의 목천고는 도심에서 15㎞가량 떨어져 있다. 도심 일반고에 진학할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이 주로 오는 학교였다. 1976년에 개교했지만 이렇다 할 동문회도 없을 만큼 결집력도 약한 편이었다.

 이런 학교가 ‘일’을 냈다. 29일 교과부가 발표한 ‘학력 향상도 우수 학교’ 20위권에 든 것이다. 목천고는 이번에 전국 고교 중 국어는 11위, 수학은 5위, 영어는 19위의 향상도를 기록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열심히 잘 가르쳐 입학 전과 비해 학생들 실력을 많이 끌어올린 것이다. 전국 고교 중 세 과목에서 모두 2년 연속 20위권에 든 것은 이 학교가 유일하다.

 목천고의 변신은 황운선(62) 교장이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황 교장은 교사들에게 “수업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황 교장은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해 교문에서 학생들에게 등교지도를 했다. 교복과 신발을 제대로 갖췄는지, 지각을 하지 않는지를 살폈다.

 교사들에겐 “기초교육에 중점을 두자”고 설득했다. 복합한 수학 공식이나 영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눈높이 맞춤교육’을 주문했다. 교사들이 직접 교재를 만들고 영어수업은 흥미를 유발하는 팝송·퀴즈로 진행토록 했다. 매일 아침 칠판에 시 한 편을 써 놓고 학생들이 낭독하고 의미를 익히도록 했다.

 황 교장은 학생들에게 서울·수도권의 명문대, 인근 국립대도 방문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며 의욕을 북돋웠다. 다양한 대회를 열어 상장을 주고 스포츠·경시대회에도 참여하도록 했다. 중학교 졸업까지 상을 거의 받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황 교장은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가 상장을 받아 왔는데 진짜 맞냐’고 물어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 최하위권이던 자신의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최근 수시모집에서 충청권 국립대에 합격한 3학년 학생은 “집에서는 놀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는 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선생님 덕에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올해 목천고 3학년 중 90여 명이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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