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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음악예술제』서 재평가 받은 『가야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4윌25일부터 5윌1일까지 미국「하와이」「이스트. 웨스트. 센터」 주최로 열린 제9회 「20세기음악예술제」에 참가한 후, 미 본토에서 몇차례의 가야금 독주회를 가져 절찬을 받은 황병기씨가 30일 귀국했다.
동서 옴악가 중 자작곡을 스스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를 한사람씩 초청, 연주케하는 이 예술제에 우리나라서는 이번 처음 참가했다.
「숲」「석류집」「가을」「계면조에 의한 즉흥곡」등 자기의 작품과 정회갑 작곡 「가야금과 관현악을 위한 주제와 변주곡」을 갖고 참가했던 황씨는 『가야금이야말로 가장 동양적인 악기라면서 그들도 높이 평가했다』고 기뻐했다.
이 작품가운데 「가야금과 관현악을 위한 주제와 변주곡」은 「조지·바라티」 지휘로 「호놀룰루. 심포니. 오케스트러」가 연주했고 「숲」은 미국의 현대무용가 「칼·월스」의 안무로「모던·발레」화 되어 공연,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예술제에 이어 황씨는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가졌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아세아예술학회」 주최로 독주생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며칠 후엔 일본의「고도」(금)독주가 같은 곳에서 열렸지만 가야금이 보다 동양적인 정서를 간직한 악기라는 것이 음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청중은 대부분 동양학 연구자들이었기 때문에 수준으로 봐서도 「톱·클라스」 -따라서 연주효과도 좋았다고 했다.
과거에 도미했던 한국 공연단의 경우는 작품이 너무나 「웨스터나이즈」 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 「시애틀」에서는 광고방송도 곁들이지 않은 약2시간 「프로」의 한국특집방송에 출연했는데 이「프로」에는 자신의 가야금독주와 부인 한말숙씨의 단편 「행복」(백악청 역)이 읽혀져 미국 시청자들에겐 이채로운 「프로」가 되었을 것이라고.
「워싱턴」 주립대학의 「서머. 스쿨」에서 3개월 동안 국악강의를 맡은 황씨는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가 유명한 「태멀·파이스」 산에 있는 야외극장의 「마린·서머·페스티벌」에서 「루·헤리슨」의 신작「패시픽·론도」에 가야금 주자로 출연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태멀·파이스」 산은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으며 자동차로 약 3시간의 거리-5주일동안 매주 주말에만 열리는 이 「마린·서머·페스티벌」을 참관하러 토요일 오후면 자동차의 대열이 고산의 「하이웨이」를 누빈다. 「페스티벌」 관광을 겸한 이 자동차가족들은 구름을 뚫고 뻗은 이 도로를 따라 산정에 이르면 별천지와 같이 따뜻한 야외극장에 도착한다. 「페스티벌」은 오후 3시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지의 유명한 음악가 및 무용가들이 발표하는 미국서도 굴지의 「페스티벌」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의 국악청중들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문적인 연구자를-이들은 산조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어떤 음악적 형태감이 없다고 해요. 가령 제작품 「석류집」을 이해하는 젊은 학생들은 국악에 대한 전문적 안목은 없지만 어떤 형태감에 공명을 하거든요』-그는 국악에 있어 이 「형태」는 앞으로 국악발전에 커다란 「키」를 쥐고 있지 않을까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이스트·웨스트·센터」서 우리국악 음반을 낸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학술서만 내어왔던 동 「센터」는 이젠 음악제를 계기로 황씨의 연주곡 「숲」 「석류집」 「가을」과 「가야금찬조」를 한데 묶어 12「인치」짜리 「레코드」를 10월중에 발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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