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읽을까] 사회생물학이 궁금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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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2월 15일, 미국과학진흥협회가 주관하는 한 심포지엄 석상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한 과학자가 마이크를 뺏기고 물세례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당시 사회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 주인공 에드워드 윌슨은 물벼락을 맞으면서도 얼음처럼 냉정하고 조용하게 있었다고 자서전인 『자연주의자』(이병훈.김희백 옮김, 민음사) 에서 그 때 일을 회상하고 있다.

이 자서전은 한 사람의 개미 전공 학자가 사회생물학이라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새로운 학문에 빠져들게 되기까지, 그리고 반대세력에 둘러싸여 자신의 학문을 방어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사회생물학』(축약판:이병훈.박시룡 옮김, 민음사) 의 마지막 장인 '인간:사회생물학에서 사회학까지' 에서 "사회생물학이 규명하는 원리들은 인간과 그의 문화적 행위에도 타당하게 적용되므로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은 생물학 내지 사회생물학의 특수분과로 축소 통합될 수 있다" 라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사회과학자들과 좌파 과학자들을 자극했다.

또 퓰리처 상을 받은 『인간 본성에 대하여』(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에서는 "조만간에 과학은 인간 가치의 유래와 의미에 대하여 탐색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 이라고 말해 대중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리처드 도킨스는 윌슨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생물이란 불멸의 나선인 DNA를 담고 있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생존기계일 뿐" 이라고 『이기적 유전자』(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에서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하버드 대학에서 '민중을 위한 과학 모임' 을 주도하고 있었던 리처드 르원틴 등은 "사회생물학이 의도하고 있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과 행동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특성에 의한다' 는 생물학적 결정론" 이라고 공격한다.

즉 "계급.성.인종 사이에 존재하는 지위.부.권력의 불평들의 원인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환원론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르주아 사회 체제를 정당화하는 혁명의 이데올로기적 투영일 뿐" 이라고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이상원 옮김, 한울) 와 『DNA 독트린』(김동광 옮김, 궁리) 에서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문화가 우리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데 더욱 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양 진영의 치열한 대결을 프란츠 부케티츠는 『사회생물학 논쟁』(김영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이라는 책에서 편향되지 않은 과학철학적인 측면에서 검토하려고 노력했다.

"과학적 이론은 논리 법칙에 부합되어야 하며 경험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학적 이론은, 그 이론이 불쾌감을 자아낸다는 이유 때문에 결코 틀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해서도 안될 것" 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도 절대적인 유전자 결정론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말미에 피력하고 있다.

한편 생명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사회생물학과 윤리』(김성한 옮김, 인간사랑) 에서 "사회생물학적 접근법이 미숙하지만 윤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점을 인정하고, 철학적 윤리이론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 를 다루고자 했다.

이상의 책들도 크게 어렵지 않지만 일반인이 보다 쉽게 사회생물학을 접하기 위한 책으로는 『유전자들의 전쟁』 (이병훈 지음, 민음사) 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등 우리나라 학자들이 쓴 책이 있다.

이교수는 "도덕은 과학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은 결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고, 최교수는 "생명은 DNA의 표현일 뿐" 이라는 입장을 지니고 있어, 두 학자 모두 윌슨의 사회생물학을 옹호하는 점이 흥미롭다.

전방욱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시민환경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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