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토크] "김치 세계화 전략은 쓰리쿠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대한민국김치협회 김순자 회장이 김치 세계화를 위한 3단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사진기자]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시 ‘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치 명장을 만났다.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인 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한성식품 대표)이다. 이곳에서 특별한 김치를 꺼내 기자 입에 쑥 넣어준다. 맵지도 짜지도 않아 부담 없는 맛의 이 김치는 그녀가 특허를 받은 이색김치다. 김치 맛을 두려워하는 외국인을 위해 김 회장이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김치의 세계화 전략으로 ‘쓰리 쿠션’을 내세웠다며 털털하게 웃는 김 대표와의 소주 토크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치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사 위기에 놓였다. 종양 같은 뾰루지가 온 몸에 나서 뼈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심각했다. 죽을 사람으로 친 거나 다름없었던 상황이었다. 옷을 갈아입는데 살점과 고름이 떼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런 내게 할머니께서 김치의 효능을 믿고 물김치를 조금씩 먹이셨다. 5~6세경 염전 근처로 이사를 갔다. 지인의 소개로 염전의 해수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김치를 먹고 염전 물로 씻자 몇 년 후 병이 다 나았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다. 흉터 하나 남지 않았다. 김치는 내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치가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당시 먹을거리가 밥과 김치밖에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다. 어렸을 때 엄마와 할머니께 김치를 맵거나 짜지 않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맵거나 짠 김치는 먹지 않았다. 한 마디로 김치 만드는 ‘공정’에 참여한 셈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난 김치를 맵거나 짜지 않게 만든다. 한성식품 김치가 맵거나 짜지 않은 이유다.”

-김치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외국인들을 위해 맵지도 짜지도 않은 이색김치를 개발했고 특허를 받았다. 이색김치를 개발한 이유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다. 세계화 작전은 ‘쓰리쿠션’이다. 우선 부담감 없이 다가올 수 있게 하는 단계다. 이색김치는 눈과 코에서 부담감이 없고 모양이 예뻐서 호기심이 간다. 그러면 김치를 두려워했던 외국인들이 김치에게 다가온다. 두 번째 단계는 먹어보기이다. 먹어봤을 때 맵거나 짜지 않고 역한 맛도 없다. 먹다보면 전통김치에 든 유산균의 진한 특유의 맛이 있다. 여기에는 중독성이 있다. 마늘‧생강‧젓갈에 포함된 유산균의 맛에 중독된다. 한국김치에 도전하게 되는 단계가 마지막이다. 이색김치에 적응한 맛을 기억해 처음 한 번만 전통김치를 완벽하게 먹으면 두 번째부터 쉽게 먹을 수 있다. 메뉴에서 김치를 선택하겠다는 김치 광이 된다. 김치 세계화 작전은 쓰리 쿠션이다.”

-해외에서 김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가?

“우리 김치를 서양의 피클과 비교하기도 한다. 서양은 피클을 살균 처리한다. 균이 죽으므로 숙성이나 발효가 안 된다. 김치는 균이 살아있다. 균을 죽인 게 아니다. 미국인들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김치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자격으로 김치산업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 피클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피클 시장 성장세가 무뎌졌다고 한다. 김치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김치 붐이 거품인지 진실인지 잘 몰라 김치시장에 뛰어들 시도를 선뜻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 김치 문화를 접할 기회를 빨리 많이 줘야 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한식세계화 정책을 잘 추진해왔지만 잠시 주춤한 건 분야별 전문화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김치를 세계화하고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정부가 각 전문가들을 투입하길 바란다.”

-한성식품 김치 매출은?

“최고 매출 500억 원 정도이다. 고급용‧업무용‧영업용‧단체급식용‧학교용 김치로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오래 먹겠다고 한 번에 왕창 짜게 담그지 말고 자주 담가먹길 바란다. 하지만 가정 내 김치가 떨어졌을 때 김치명인이 담근 김치를 사먹는 것도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인기기사]

·세브란스 "의료기술 사 가세요" 특허박람회 열어 [2012/11/27] 
·식약청, 대화제약에 리베이트 행정처분 내려 [2012/11/27] 
·공단ㆍ심평원 도덕불감증? '청렴도 꼴찌' [2012/11/27] 
·산양분유 시장에 남양유업도 합류 [2012/11/27] 
·복제약도 식약청 우선심사 받을 수 있어 [2012/11/27]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