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신용등급 쇼핑’ 사라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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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신용평가회사(신평사)를 사전에 접촉해 유리한 신용등급을 제시하는 곳을 고르는 ‘신용등급 쇼핑’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신평사가 정식 계약 이전에 예상 신용평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평가등급의 공시 등 업무 모범규준’을 제정해 내년 2월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면에 의한 신용평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기업에 예상 신용평가 결과나 특정 등급 부여 가능성을 알려주지 못한다. 또 서면 없이 진행하는 ‘구두 신용평가’를 금지하고, 구두 요청으로 평가업무를 개시한 경우라도 이를 서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는 그간 국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여러 신평사를 접촉해 좋은 신용등급을 제시하는 곳하고만 계약하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이런 ‘신용등급 쇼핑’을 거쳐 회사채 등급이 정해지기 때문에 신용평가의 객관성과 평가결과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앞으로 기업은 관련 자료를 제출할 때 대표이사가 직접 확인·검토했다는 확인서를 반드시 내도록 했다. 기업이 신평사에 제공하는 자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평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끔 했다.

 투자자가 시장정보를 쉽게 파악하도록 공시의무도 강화된다. 기업어음과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 등 의무화된 신용평가 정보는 모두 공시하도록 하고, 투자자가 신평사 홈페이지나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평가등급·평가의견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신평사는 신용평가등급 산정에 이용한 중요 자료 목록을 공시토록 해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은태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신용등급 쇼핑 같은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면 평가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신용평가의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며 “신평사가 제시한 신용등급과 실제 부도율 간에 괴리가 있을 경우에는 평가방법을 개선토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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