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부산 중구에 사는 A(43)씨는 가정불화로 부인 B(40)씨와 부산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을 했다. 부부의 딸(13)과 아들(10)이 모두 부모의 이혼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부산가정법원의 소개로 부산시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부모집단상담과 부모교육을 받았다. 이혼하기 전 마지막 기회를 서로에게 준 것이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이혼의사를 철회하게 됐다. 부부는 “교육을 받으면서 이혼까지 오게 된 데에는 우리 두 사람에게 공동 책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가정과 자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돼 이혼을 철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13쌍의 부부들이 모두 협의이혼 의사를 철회했다.
부산가정법원이 다음달 1일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 및 후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배경이다.
박주영 부산가정법원 공보판사는 “가정해체로 직결되는 협의이혼 결정을 당사자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법원이 전문적으로 개입해 이혼의사 철회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고 27일 설명했다. 협의 이혼은 소송 등 법원을 거치지 않고 부부의 동의에 따라 결별하는 통상의 이혼을 말한다. 협의이혼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이혼 건수의 75%(부산은 7514건 중 5665건)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은 0~13세 이하의 자녀를 둔 협의이혼 신청자들이다. 부부가 협의 이혼을 신청하면 법원은 이혼 절차를 알려주면서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안내한다. 또 필요에 따라 부모교육, 가족캠프, 집단상담 등 후견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숙려(熟廬)기간 절차로 넘어가지 않아 이혼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다음달에만 부산 북구 금곡동 건강가정지원센터(북구 금곡동)에서 진행한 뒤 내년 1월부터는 해운대구 좌1동에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시행한다.
부산가정법원은 제도 도입을 위해 협의이혼 담당 판사를 지정하고 실무 인력 증원을 대법원에 요청해둔 상태다. 또 부산시 등과 협의해 1억4000만원의 2013년도 예산을 이미 확보했다.
박 판사는 “협의이혼 당사자들은 재판상 이혼에 비해 갈등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아 전문가 상담 및 후견프로그램을 거치면 이혼 철회를 이끌어 내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무엇보다 나이 어린 자녀를 두고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에겐 자녀양육에 대한 고민과 충실한 대책이 없을 경우 마음대로 이혼할 수 없도록 만들어 이혼에서 비롯되는 청소년 비행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의 경우 2011년 기준 소년보호사건이 5450건에 달해 다른 시·도에 비해 인구 대비 사건 발생 건수가 많은 실정이다.
위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