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먹자촌] 전주 콩나물국밥 골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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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새로운 것을 구경하고 경험하는 기쁨이 크다. 그러나 독특한 지역음식을 맛보는 것도 이에 못지 않은 즐거움이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나 그 지방 특유의 손맛이 배인 고유음식들이 많다. 또 지역마다 이들 전통음식점이 함께 모여 독특한 먹자촌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의 대표적인 음식골목.먹자촌을 소개한다.

◇전주 콩나물국밥 골목=전주시 완산구 전동 남부시장 안 골목길에는 콩나물국밥 집 2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낮시간만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 일부 음식점은 24시간 밤낮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속풀이를 위해 새벽에 찾아오는 주당(酒黨)이나 심야시간의 출출함을 달래려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메뉴는 콩나물국밥. 그러나 뚝배기에 콩나물.밥.계란 등을 한꺼번에 넣고 팔팔 끓여 내는 '전주식 콩나물국밥'과 다르다. 그래서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으로 불린다.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멸치.다시마 등을 넣고 끓여낸 국물에 찬밥을 만 뒤 미리 삶아 따로 건져낸 콩나물을 얹어 내놓는다. 국밥은 뜨겁지 않지만 담백하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참기름을 띄운 계란 반숙이 후식으로 함께 따라 나온다. 가격은 10년 전부터 한결같이 3천원이다.

이곳 콩나물국밥의 원조는 골목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현대옥이다. 주인 양옥련(62.여)씨가 처음에는 술 좋아하는 남편의 술국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주를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찾는 명소가 됐다.

현대옥은 5~6평의 옹색한 규모에 옛날 부엌같은 ㄱ자형 부뚜막, 테이블도 없이 간이의자만 10여개 들여 놓았지만 온종일 손님이 북적거린다. 특히 아침.점심 때는 20~30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6~7년 전 형성된 이 국밥집 골목에는 하루 평균 1천여명의 손님이 찾는다.이 중 평일에는 20~30%, 휴일에는 30~40%가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라는 게 업소 주인들의 설명이다.

이 골목에서 '그때 그집'을 운영하는 소병진(50)씨는 "명절이나 연휴 때도 서울.부산 등에서 생활하다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이나 관광객들이 많아 문을 닫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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