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釣而不網 弋不射宿(조이불망 익불사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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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논어』에는 공자의 생활모습에 대한 기록이 적지 않다. “낚되 그물질하지 않으셨고, 잠자는 새를 주살로 쏘지 않으셨다”는 구절도 그런 예이다. 낚되 그물질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차별 남획’을 안 했다는 뜻이고, 잠자는 새를 쏘지 않았다는 것은 ‘기습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무차별 남획은 잔인한 살상이고, 기습공격은 비겁한 살생이다.

釣:낚시 조, 網:그물 망, 弋:주살 익, 射:쏠 사, 宿:잠 잘 숙. 낚되 그물질하지 않으셨고, 잠자는 새를 주살로 쏘지 않으셨다. 34x67㎝.

釣:낚시 조, 網:그물 망, 弋:주살 익, 射:쏠 사, 宿:잠 잘 숙. 낚되 그물질하지 않으셨고, 잠자는 새를 주살로 쏘지 않으셨다. 34x67㎝.

공자는 일상의 식생활과 제사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물을 포획해야 할 때도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을 안 함으로써 ‘측은지심’의 ‘인(仁)’을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공자의 뒤를 이은 맹자도 “못에 촘촘한 그물을 넣지 않으면 물고기나 자라 등이 먹고 남을 만큼 번식하고, 때에 맞게 벌목하면 재목을 쓰고 남을 만큼 숲이 울창해진다”고 했다. ‘무차별 남획’과 ‘기습공격’에 대한 자연의 보복에 직면한 인류가 지금이라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환경보호는 사람으로서 차마 하지 못할 일을 하지 않는 어진 마음을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옛 어른들은 한 밥상에 닭고기와 달걀 요리를 함께 올리는 것도 나무라셨다. 어미 닭과 새끼 달걀을 함께 삶는 것을 차마 못 할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인(仁)’을 잃는다면 과학이며 경제가 다 무슨 소용.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